'강남 스쿨존 사망사고' 관련, 가해자가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은 가운데 피해자 유족은 "대낮에 음주운전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학교 후문 바로 앞에서 하늘나라로 보낸 자가 고작 5년 형량을 받는 게 진정 정의냐"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은 "공탁금이 필요하지 않고 용서할 의사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감형 요소로 고려하는 건, 저 대신 용서라도 하겠다는 것이냐"라고도 했다.
피해자 유족은 29일 대법원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다른 어린이 보호구역 음주 사망 사건에 비해 현저히 적은 형량이 나온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이어 "재판과정을 통해 피해가 구제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상처와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치지 않고 벌어지는 음주운전 사망 사건을 보면서 법원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판결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족은 가해자가 항소심까지 5억원을 공탁한 것에 대해서는 "감형요소로 1심, 2심에서 고려된 건 확실하다"며 "그것을 옳지 못하다고 판단하지 못한 게 이번 대법원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가해자가 대형 로펌의 전관 부장판사 출신을 쓴 점, 기습 공탁금을 사용한점 등 모두 금전적인 힘이 작용해 이런 판결이 나온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와 함께 "(공탁금은) 가해자가 금전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한 것"이라며 "정말 잘못된 제도라 생각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재정비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 고 모(41)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고 씨는 2022년 12월 2일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차량을 몰다가 하교하던 9살 초등학생 이 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고 씨는 사고 직후 그대로 집까지 운전해 갔고, 검찰은 고 씨에게 음주운전과 뺑소니 혐의 등을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고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하나의 교통사고에 여러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별개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징역 5년형으로 감형했다.
뺑소니 혐의에 대해선 고 씨가 20~30m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현장으로 돌아온 점, 소극적으로나마 구호 조치를 한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결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찰과 고 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