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한 학자가 한국과 일본의 낮은 출산율에 대해 “눈앞의 이익을 추구해 경쟁을 부추긴 ‘자기책임 사회’가 저출산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자기책임’이란 단어는 노력에 따라 빈부가 결정되고 자신이 관여한 일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을 뜻한다.
사이토 고헤이 도쿄대 교수는 2일 한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일본과 한국이 이 정도로 지독한 상황에 몰린 것은 도를 지나친 자본주의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 극단적인 저출산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며 “일본의 일부 기업들이 지난 30년간 극심한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고용 형태를 바꾼 것이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사이토 교수는 “일본 기업은 종신고용과 연공 서열 등 ‘일본형 고용’을 없애고 비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인재를 비용으로 간주하게 됐고 경기도 악화해 인건비를 삭감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 인구가 줄면 많은 인구가 경제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인구 보너스’도 감소한다”며 “향후 일본은 경제성장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나친 경쟁과 불안정한 일자리가 저출산으로 이어졌다는 견해다. 사이토 교수는 카를 마르크스를 생태학 관점에서 재조명한 저서로 진보적 저술에 주는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받은 젊은 학자다. 대표작인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는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 간행됐고 한국어로도 번역됐다.
한국과 일본은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앉았고 일본의 작년 출생아 수는 18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인 75만 8631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