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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한미약품·고려아연 등 '경영권 충돌' 예고

[막오른 밸류업 주총]총수 일가도 적극적 주주제안

차파트너스와 손잡은 박철완

금호석화 자사주 소각 등 요구

한미약품, 경영권 표대결 전망

고려아연-영풍 공방도 후끈





이달 말 몰려 있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이 표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주주 제안은 행동주의 펀드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올해는 지배주주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총수 일가들도 적극적으로 주주 제안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명분까지 확보한 만큼 경영권 다툼이 어느 때보다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석유(011780)화학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자사주 소각 및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차파트너스는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의 18.4%에 이르는 금호석화의 자사주 보유량을 지적하면서 주총 결의만으로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내년 말까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안을 주주 제안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김경호 KB금융(105560)지주 이사회 의장을 금호석화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차파트너스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와 손잡고 주주 행동을 펼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2021년과 2022년 주총에서 박찬구 회장 측과 맞붙은 바 있다. 지난달 차파트너스와 특별 관계를 형성하고 주주 제안권을 차파트너스에 위임하면서 추가 분쟁을 예고했다. 차파트너스가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은 0.03%에 불과하지만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의 지분(9.1%) 등을 포함한 우호지분율은 총 10.8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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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외에 한미약품(128940)·고려아연 등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주주 제안이 제출돼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OCI(456040)그룹과의 통합 계획을 밝힌 후 창업주의 장·차남이 통합에 반대하면서 불거진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이 주총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한미약품그룹에 이사와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한미그룹 측은 “법과 절차에 따라 통합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발행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으로 상정되기 때문에 합산 지분이 기준을 초과하는 임종윤·종훈 형제의 제안은 주총에서 표 대결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아연 제련 업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몸집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려아연 측이 배당을 축소하며 최대주주인 영풍의 돈줄을 줄이자 분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이 지난달 이사회에서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승인과 신주인수권 및 일반 공모 증자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주총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영풍이 이에 반대하면서 첫 표 대결을 예고한 상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 지분율 33.2%)과 장형진 영풍 고문(지분율 32.0%) 사이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양측은 개인 주주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형제의 난’을 치렀던 한국앤컴퍼니(000240)는 이달 28일 주총에서 조현범 회장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통과될지 여부가 화두다. 오너 일가의 차남인 조 회장은 장남 조현식 전 고문이 지난해 말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시도한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경영권을 사수한 바 있다. 이번에 재선임에 성공하면 단독 경영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와 총수 일가가 내놓는 주주 제안 내용이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일부 맞닿아 있어 기업들도 상당히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이충희 기자·유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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