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스마트폰 중독 예방도 저출생 대책”…원점서 예산 새판 짜라


정부 각 부처의 저출생 대책 부풀리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제신문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른 2023년도 중앙부처 시행 계획을 분석한 결과 329건의 사업 중 최소 73건은 저출생과 무관한 사업들이었다.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비롯해 중소기업 클라우드 구축 사업, 청소년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인공지능(AI) 및 메타버스 인재 양성 등이 저출생 대책으로 둔갑했다. 각 부처들이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한 목적으로 저출산 관련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저출생 대책에 380조 원가량을 투입했다고 한다. 이 역시 혼인·출산·양육 등과 관련 없는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끼워넣기식 허수일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5년 출범해 2006년부터 5년마다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2006년 1.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 0.65명으로 떨어지는 등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역대 정부가 출범 초기에만 저출생 문제 해소에 반짝 관심을 가진 데다 각 부처들은 ‘대통령 보고용’ 대책만 내놓기를 반복하고 있는 탓이 크다. 저출생 대책은 전 부처가 연관돼 있는데도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정책 조율이나 예산 편성 등에서 실권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출범 2년이 가까워지는데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한 채 4차 기본계획 수정판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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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제라도 ‘무늬만 저출생 대책’들을 걷어내고 고용·주거·교육·복지 등 모든 영역의 정책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서 벗어나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핀셋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가 보육과 육아를 책임진다는 각오로 질 좋은 보육 시설 등을 대폭 확충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본·헝가리 등 해외의 저출생 대책 사례를 참조하고 세제·예산 등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현금 1000만 원을 지원해주는 정책으로 전국에서 출생아 증가율 1위를 기록한 충북의 사례도 확산시킬 만하다. 또 저출생 관련 조직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인구 문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 저출생 문제로 경제 및 안보 위기에 처하고 국가가 소멸하는 참사를 맞지 않으려면 모든 정책과 예산을 원점에서 새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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