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유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사주 매도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도가 부쩍 늘어난 것은 증시의 단기 고점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미국 기업 CEO들이 자사주 매각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 정보 업체 ‘베리티’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올해 초부터 2월 말까지 주요 경영진의 자사주 매도가 매수보다 네 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사주 매도·매수 비율이 4.1대1을 보인 2021년 4~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년간 평균 비율은 2.8대1 수준이었다.
특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 기업인들의 매도가 잇따르는 양상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자사주 약 128만 주를 매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4억 2800만 달러에 달한다. 저커버크의 자사주 매도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약 15만 주를 정리한 데 이어 28일 23만 주까지 매도 물량을 늘렸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회장도 2월 8일부터 20일까지 약 5000만 주(85억 달러 규모)를 팔았고 자사주 매도 계획이 없다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지난달 22일 82만 주(1억 5000만 달러어치)를 처분했다. 다이먼 회장은 보유 자사주 중 올해 최대 100만 주까지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도 새롭게 내놓았다.
이러한 현상을 놓고 미 증시가 점차 ‘꼭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주식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해 보유 주식의 일부를 처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카산증권의 마쓰모토 후지오 수석전략가는 “사내 관계자의 매도 정보가 고점 시기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길게 보면 오너 경영자가 매도한 시기의 주가는 고점이었던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앞서 비즈니스인사이더도 “주가가 급등하면서 현금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