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새로운 히어로물 영화 '마담 웹'이 개봉 소식을 알리며 기울어져가는 히어로물의 입지를 다시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마블 코믹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각색해 만든 작품으로 미래 예지 능력을 가진 젊은 구급 대원 마담 웹(다코타 존슨)이 각성 후 펼치는 활약에 대해 다뤘다.
하지만 한국보다 앞서 2월 개봉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할리우드 리포터, 콜라이더, 롤링 스톤, 더 데일리 비스트, 스크린 랜트 등을 비롯한 다수의 해외 매체들이 극단적인 혹평을 쏟아내며 '마담 웹'을 비판했다. 도대체 이 정도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무엇일까.
◇'마담 웹' 구급 대원의 예지력 각성기 = '마담 웹'은 젊은 구급 대원 캐시가 마담 웹으로 각성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캐시의 엄마는 과거 임신한 상태로 아마존에서 마법 같은 치유 능력을 가진 희귀한 거미를 찾던 연구원이었지만 경호원인 이지키얼(타히르 라힘)에게 배신당해 죽음을 맞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죽은 채로 남겨진 엄마를 발견한 것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거미 인간의 존재. 그들은 엄마를 자신들의 거처로 데려가 희귀 거미를 통해 당시 뱃속에 있었던 캐시를 살려낸다. 이후 홀로 자란 캐시는 마음 한편에서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여긴 채로 우울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 캐시에게 의문의 사고가 닥치고 그 사고로 인해 그는 예지력을 각성하며 위험에 처한 세 여성 히어로들의 모습을 보게 되며 그들을 지키는 마담 웹으로 거듭난다.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위기...역대 최악의 오프닝 스코어 = 지난해 공개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이었던 '더 마블스'(감독 니아 다코스타)가 가 총 2억 6백만 달러의 수익을 달성해 MCU 사상 가장 낮은 수익을 올린 영화로 등극한 이후 대중들은 마블 히어로물에 대한 기대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마담 웹'은 이로부터 두 달 후 공개된 작품이다.
하지만 '마담 웹'은 그나마 남은 기대를 없애버리기에 충분했다. '더 마블스'에 이어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8일 기준 '마담 웹'은 유명 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로튼 토마토 지수 12퍼센트를 기록했으며 각종 매체의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더불어 스크린 랜트에 따르면 개봉 6일 동안 2580만 달러를 벌어들여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역대 사상 최저 수익을 기록했다. 개봉 3일 만에 3910만 달러를 기록한 소니의 전작 '모비우스'와 비교했을 때도 매우 낮은 결과다.
◇왜 망했을까? 총체적 난국으로 꼽힌 이유 = 첫 번째 이유는 원작에 대한 이해도에 있었다. 히어로물의 가장 큰 과제는 '히어로에게 관객들이 공감과 호감을 갖게끔 만드는 서사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성하느냐'이지만 '마담 웹'은 그 과제 완수에 실패했다. 원작의 캐릭터를 각색한다면 그 캐릭터를 더욱 매력 있게 만들어야 했었지만 장점은커녕 단점만 드러난다. 더불어 과거 설명이 부족한 와중에 의미 없이 러닝타임을 때우는 형식적인 대사만 둥둥 떠다니며 관객들의 집중도를 해친다. 유머 또한 웃기기보다는 피식거리는 웃음만 유발할 뿐이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지적할 점들 중 하나다. 먼저 주연 마담 웹을 연기한 다코타 존슨은 초반부부터 시종일관 무표정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설상가상으로 대본인지, 혹은 연기자 본인의 판단인지는 모르겠으나 응급 환자를 이동시키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자신의 빠른 운전 실력을 자랑하며 피식 웃는 장면은 경이롭기보다는 경악스럽다.
더불어 전무에 가까운 액션신 또한 실망감을 자아낸다. 고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MCU 영화를 보는 가장 큰 매력은 다름 아닌 화려하고 기발한 액션신이지만 '마담 웹'은 히어로의 활약이 담긴 영화라기보다는 히어로가 되기 전 성장의 과정을 담은 영화다. 그러기에 능력이 없는 캐릭터들의 활약이 그려지지 않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고구마 지수만 높아질 뿐이다.
물론 국가와 문화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는 받아들이기 나름일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마담 웹'이 북미에서 얻은 반응이 국내 박스오피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이 커지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