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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특권층 출신이 임금·승진 유리…'부모 찬스'에 계급도 대물림

■계급천장 (샘 프리드먼·대니얼 로리슨 지음, 사계절 펴냄)





현대인들은 출신 계급의 힘이 약해지고 평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실제 연구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연구 결과 영국 사회에서 특권층 출신이 노동 계급 출신보다 엘리트 직종에 종사할 확률이 6.5배 높았다. 더 놀라운 것은 계급 임금 격차인데 특히 금융과 법률 분야의 경우 연평균 3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신간 ‘계급천장-커리어와 인생에 드리운 긴 그림자’에서 저자들은 영국의 엘리트 직종에서 이른바 ‘계급천장’을 발견했다. 사회의 하층으로 분류되는 노동계급 출신은 상위직업에 진출하더라도 원래 특권층 출신 동료보다 평균 16% 적은 수입을 올렸다. 직업의 최상층에 도달하는 숫자 자체도 훨씬 적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유리천장’ 외에 노동계급의 ‘계급천장’도 있다는 의미다. 계급천장은 대물림되는 사회적 계급이 여전히 기업 등 조직에서 진급의 방해나 임금 격차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사회 이동성 연구에 페미니즘이 발전시킨 ‘유리천장’ 개념과 부르디외 사회학 이론을 결합한 이 책은 커리어 진입시는 물론이고 진입 이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이어지는 계급의 영향력을 추적한다. 저자는 의료, 법률, 금융, 회계, 건축, 방송, 연예 등의 분야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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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계급에 따라 임금과 커리어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부모 대에 만들어진 ‘특권’이 자식의 ‘능력’으로 오인되며 형성되는 ‘계급천장’ 때문이었다. 저자들은 특권이 능력으로 오인되는 경로로 △자식을 조건없이 지원하는 특권층의 ‘엄마 아빠 은행’ △문화적 유사성 혹은 동종 선호에 기초한 특권층끼리의 비공식적 후원△노동계급 자체가 적극적인 경쟁을 포기하는 ‘자기 제거’ 현상 등을 발견했다.

저자는 실제 현장 인터뷰를 통해 직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의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며 사실상 특권층 출신이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수행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규정돼 있음을 밝혔다. 이는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흔히 제시되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사회 이동성 촉진, 진정한 능력주의 사회의 실현과 같은 정치적 수사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결과다.

저자들은 성별과 마찬가지로 출신 계급도 보호받아야 할 속성으로 인식하는 정치적 행동을 촉구하며, 또 계급 천장을 부수는 10가지 방법도 제시한다. 2만 6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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