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합의 없이 최대 명절인 라마단에 돌입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마스가 무슬림 집결을 촉구한 성지 알아크사에서는 라마단 첫날부터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피란민들이 몰려 있는 최남단 라파 지역에 대한 지상전 강행을 예고하면서 중동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라마단 첫날인 11일(현지 시간)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 입구에 몰려든 무슬림과 이스라엘 경찰 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일부 무슬림들은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가격 당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경찰 측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안전과 보안을 지키면서 예배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라마단 기도의 올바른 준수를 위해 잠재적 범죄자와 선동가, 공공질서 위반자에 대한 검사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국가들이 일제히 라마단에 들어간 상황에서 알아크사에서 빚어지는 무력 충돌이 확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9일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라마단 기간 알아크사에 집결해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알아크사는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히는 곳으로 2000년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비롯해 매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을 촉발했다. 라마단 동안 알아크사에는 매일 수만 명의 무슬림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가자 휴전 협상의 중재국으로 나섰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모두 이날 라마단을 선포했으며 무장단체들을 앞세워 이스라엘을 도발하고 있는 이란 역시 12일부터 라마단에 돌입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가 라마단 기간 알아크사의 폭력 사태를 계기로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종전 압박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에도 가자 피란민 140만 명이 몰려 있는 라파 진격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라마단 기간 휴전 가능성을 일축한 후 “우리는 거기(라파)로 갈 것이며 (가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라파 공격을 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각료들 역시 잇따라 라파 지상전을 예고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스라엘 전쟁 내각의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는 미국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라파로 전쟁 다음 단계를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 역시 “이스라엘의 목표는 라파에서 하마스 병력을 무너뜨리고 소탕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