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100조 원을 넘어섰다. 1000조 원을 넘어선 지 3년 만이다. 주택담보대출이 4조 7000억 원 늘어나며 2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4년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중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00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2월 1000조 원을 넘어선 이후 3년 만에 100조 원 불어났다. 다만 증가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2월 가계대출 잔액은 1월보다 2조 원 늘었다. 월간 증가 폭은 지난해 10월 6조 7000억 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1월 5조 4000억 원,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3조 원 대로 내려왔다.
상품별로 보면 2월 주담대는 4조 7000억 원 늘었다. 1월 증가 폭(3조 3000억 원)보다는 축소됐지만 2월 기준으로 보면 역대 세 번째 증가 규모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 7000억 원 감소했다. 설 상여금이 신용대출 상환에 쓰이며 감소 폭이 1월(-1조 5000억 원)보다 더 커졌다.
2월 주담대가 급증한 것은 최근 주택 시장 회복 조짐이 보이자 ‘영끌'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12월 2만 4000호에서 지난1월 3만 1000호로 늘어난 바 있다. 다만, 한은은 향후 주담대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진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과거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60~70%에 불과하다”며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지원이 있더라도 실수요 확대와 맞물리지 않으면 가계대출의 큰 폭 증가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2월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262조 4000억 원으로 1월보다 8조 원 증가했다. 2월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으로 늘었다. 대기업 대출이 3조 3000억 원, 중소기업 대출이 4조 7000억 원 추가됐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은 운전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고 중소기업은 명절 자금 수요가 더해지며 대출이 증가했다”며 “회사채 만기가 올해 상반기 집중되는데 부담을 분산하는 차원의 선차환 수요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 수신은 2월 32조 4000억 원 증가했다. 1월 28조 8000억 원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로 증가 전환했다. 지난 2022년 2월 출시된 청년 대상 고금리 저축상품인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지난달 22일 도래하며 증가 폭이 크게 뛰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여기에 통상 2월 중 기업들은 자금 확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지방교부금 및 지방소비세 유입으로 수시입출식예금 운용을 확대하는 계절적 요인도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