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4월 방미 직전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것도 미국의 최우방인 일본을 향해 이 같은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펜실베니아주 등 스윙스테이트(경합주)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철강 노동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이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에 대해 일본 측에 비공개로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려 표명은 사실상 일본 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일본 측을 화나게 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의 US스틸을 149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의 상징과 같은 기업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미국 정치권과 전미철강노조(USW)에서 제기됐으며, 이에 백악관도 “가까운 동맹국(일본)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안보와 공급망의 신뢰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정밀 조사를 예고했다.
일본제철은 이번 거래와 관련해 이미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US)에 심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CIFUS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성명’까지 내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FT는 전했다. 미국 당국자는 “기시다 총리의 방문을 앞두고 미일 관계를 중시하는 정부가 미국 기업의 일본 소유을 믿지 못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당황스럽다”면서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치가 승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니아주는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겨루는 올해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경합지로 꼽힌다. 두 후보 모두 펜실베니아주에서 노동조합의 표심을 얻기 위해 구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이 거래에 제안에 대해 "끔찍하다"며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미국 의회에 이어 백악관까지 인수 반대로 돌아서자 미국과 일본 재계 모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미국 내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얼리이언스(GBA)의 낸시 맥러넌 대표는 “일본은 약 100만 명의 미국인들을 고용한 미국 내 최대 외국인 투자자”라면서 “국가 안보가 아닌 다른 구실로 이번 거래를 막는 것은 큰 위험이 있으며, 결국 미일 간의 어색한 국빈 만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