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의대 교수 사직 기로…'의료대란' 악화일로에 환자들 '아우성'

의대 교수 사직 기로, 의료 현장 가보니

15일, 19개 의대 교수들 사직 여부 결정돼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 우려·분노 터져 나와

이미 의료차질 빚고 있는 상태서 악화 걱정

1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령 기자1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령 기자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다음날인 15일까지 사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의료 대란’이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가 의료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진료를 받으러 내원한 환자들로 북적였지만 여기저기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항암 치료를 받는 올케 언니를 데리고 이날 병원을 찾은 A(70대) 씨는 “나도 다음달 서울대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데 항상 진료를 봐주시던 분이나 잘하는 분한테 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면서 “언니는 자주 항암치료를 받으러 오는데 교수님들도 사직하면 어떡하냐”고 토로했다.

장기화된 의료 공백에 의대교수들도 사직 기로에 선 이날 일부 환자들은 분노 휩싸인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제주에서 아들을 데리고 올라온 B(60대) 씨는 “의사들 사직서 냈는데 다 나가면 좋겠다. 권리에 대해 말 하는데, 한 만 명 충원해버렸으면 한다”면서 “의사들 다 돈 버는 곳만 가려고 하니 정부도 잘 안배 해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잘못 된 것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의사가 부족한 것도 맞고 보호자나 환자 입장에서 얼마나 걱정이 되겠나”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의 파업 장기화로 인해 각종 검사에 차질도 빚어지고 있었다. 신장 문제로 80년대부터 세브란스병원을 찾고 있다는 한 여성 환자는 “오래 병원을 다니면서 의료 공백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세브란스에 실망이다”면서 “오늘 심장초음파는 판독할 사람이 없어서 취소됐고 복부초음파는 선생님들이 세 분인데 환자는 많지, 일도 많으니 얼굴이 흑빛이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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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서울대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한 보건직 직원은 “외래는 뺄 수 있는 것들은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직원들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하나 이런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14일 외래 진료를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 남 모 씨가 공유한 문자. 오는 18일 서울의대 교수 집단 사직 예고로 진료를 취소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박민주 기자14일 외래 진료를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 남 모 씨가 공유한 문자. 오는 18일 서울의대 교수 집단 사직 예고로 진료를 취소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박민주 기자


실제 신장이식 수술 이후 외래 진료를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C(40대) 씨는 기자에게 서울대병원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유하며 우려의 마음을 전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 내용에는 “18일 ○○○교수 진료예약은 최근 일련의 사태와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인하여 진료 과정에 있어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며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될 계획입니다. 정상 진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까운 안과나 안과 전문병원에서 먼저 진료를 보시길 권유드립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C 씨는 “중증 환자이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이 아닌 동네 병원을 갈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수술도 지난 가을 서울대병원에서 해서 모든 자료가 여기에 있고, 워낙 여러 과가 협진을 해야 해서 지방에서는 진료를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면 중증 환자는 죽으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C 씨의 보호자도 외래 진료로 병원을 방문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 몇 차례 외래 진료가 밀리고 있는데 3월 7일이었다가 18일이었다가, 또 밀릴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환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박민주 기자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환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박민주 기자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D(50대) 씨도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서 교수님에게 약을 처방받아 투여해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병원을 떠나도 되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며 “별다른 말이 없었는데 만약 교수님들 사직한다고 하면 두 달 분의 약을 미리 짓는 식으로 얘기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오후 8시 30분께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5일까지 각 의대 교수들의 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직 여부가 결정된 후에는 회의를 통해 사직서 제출 시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승령 기자·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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