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 가능성이 현실화된 가운데 의료 공백 심화에 대한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가 의료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12일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5일까지 각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의사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날 온라인 회의를 통해 집단행동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가능성이 점쳐지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진료를 받으러 내원한 환자들로 북적였지만 곳곳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항암 치료를 받는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은 70대 A 씨는 “나도 다음 달 서울대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데 걱정이다. 항상 진료를 봐주시던 분께 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느냐”면서 “언니는 자주 항암 치료를 받으러 오는데 교수님들도 사직하면 어떡하냐”고 토로했다.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각종 검사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다. 초읽기에 들어간 교수들의 사직뿐 아니라 누적된 의료 공백도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장 문제로 세브란스병원을 찾고 있다는 B 씨는 “오늘 심장 초음파는 판독할 사람이 없어서 취소됐고, 복부 초음파는 선생님들이 세 분인데 환자는 많지 일도 많으니 얼굴이 흙빛이더라”며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한 보건직 직원은 “미룰 수 있는 외래 진료는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직원들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입장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 신장이식 수술 이후 외래 진료를 위해 대구에서 온 C(40대) 씨는 기자에게 서울대병원 안과 진료과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유하며 우려의 마음을 전했다. 해당 문자메시지는 ‘18일 ○○○ 교수 진료 예약은 최근 일련의 사태와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라며 ‘가까운 안과나 안과 전문 병원에서 먼저 진료하기를 권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배우경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 언론대응팀장(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수술·외래 축소는 사직 여부와는 관련 없고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량 조절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사표가 수리될 경우 현장의 혼란은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C 씨는 “중증 환자이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이 아닌 동네 병원을 갈 수 없다”면서 “여러 과가 협진을 해야 해서 지방에서는 진료를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면 중증 환자는 죽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 전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D(50대) 씨도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서 교수에게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병원을 떠나도 되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며 “만약 교수들이 사직한다고 하면 두 달분의 약을 미리 짓는 식으로 얘기해보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