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매물가를 의미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2월 예상치를 웃돌면서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우려하는 모습이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7.66포인트(-0.35%) 떨어진 3만8905.6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4.83포인트(-0.29%) 내린 5150.4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9.24포인트(-0.3%) 하락한 1만6128.53에 장을 마감했다.
2월 PPI는 2월에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월가의 전망치인 0.3%를 두 배 상회했다. 전년 대비로는 1.6% 상승해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전망치(1.1%)를 웃돌았으며 전월(1%) 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년 대비 2.8% 상승해 1월 2.7%에서 오름폭이 더 커졌다. 다이와의 최고 미국 이코노미스트 로렌스 워더는 “이번 PPI 수치는 물가 압력이 재상승한다는 신호는 아니지만 최근의 인플레 둔화세가 멈추고 연준이 추가 자신감을 방해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TS 롬바드의 스티브 블리츠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PPI 데이터는 12일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흐름을 매듭짓고 있다. 즉, 인플레이션 둔화추세(디스인플레이션)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반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데이터가 계속해서 나오면 연준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평가했다.
미국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미국 소매판매는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물가 우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 소매 판매는 2월 전월 대비 0.6% 올랐다. 지난해 연말 활발했던 소비가 1월에 하락한 뒤 2월 들어 다시 살아난 모양새지만 월가가 전망했던 0.8% 증가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1월 소매 판매는 애초 -0.8% 에서 -1.1%로 하락 폭이 더 컸던 것으로 개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월의 소비 현황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이 기대하던 정도로 강하진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채 금리도 뛰어오르며 증시에 부담을 더했다. 기준금리 변동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물 금리는 6.9bp(1bp=0.01%포인트) 오른 4.689%에 거래됐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6bp 뛴 4.297%를 기록했다.
주식 종목별로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3.24%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5거래 중 4거래일에 주가가 떨어졌다. 웨드부시의 분석가 매트 브라이슨이 이날 목표 주가를 850달러에서 1000달러로 상향 조정했지만 투자자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주식·가상자산 트레이딩 업체인 로빈후드는 2월 거래액이 809억 달러로 전월대비 36%, 전년대비 41% 급등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5.19% 상승했다. US스틸의 주가는 6.36% 하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존에 언론에서 관측한 대로 일본철강이 US스틸을 인수하는 방안에 공개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징적인 미국의 철강회사는 오너십과 운영 모두 미국 기업으로 존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미국 철강 노동자들의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미국 철강회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철강은 앞서 US스틸을 149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뒤 현재 미국 당국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리튬아메리카의 주가는 이날 4.54% 올랐다. 미국 정부가 네바다주의 리튬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23억 달러는 대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리튬아메리카는 해당 리튬을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2027년 리튬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전기차 업체들의 미국산 광물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물가 지표에 가상자산도 휘청거렸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3.4% 내린 7만65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한때 6만9400달러 대까지 떨어지며 7만 달러 선을 내주기도 했다. 이더는 4.1% 내린 3835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4달러(1.93%) 오른 배럴 당 81.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배럴 당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11월 6일 이후 처음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했다는 소식에 올랐다. IEA는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3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전망치인 하루 230만 배럴 증가에서 크게 둔화한 것이지만 기존의 하루 120만 배럴 증가 전망과 비교하면 상향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