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20·성남시청)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생에 첫 금메달을 따냈다.
김길리는 1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1초19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앞서 치른 준결승에서 전체 1위 기록으로 결승에 오른 김길리는 레이스 초반에는 하너 데스멋(벨기에),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미국)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3위로 처졌다. 하지만 마지막 바퀴 첫 코너에서 레이스를 주도하던 산토스-그리즈월드가 데스멋에 밀려 살짝 삐끗한 틈을 놓치지 않은 그는 인코스를 파고들어 단번에 1위로 올라선 뒤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해 정상에 섰다. 함께 결승에 나선 심석희(27·서울시청)는 4위를 기록했다.
김길리는 올 시즌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휴식기를 보내는 최민정(26·성남시청)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3개를 쓸어 담아 종합 랭킹 1위로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상한 김길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계주 은메달 1개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이번 대회 목표인 다관왕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김길리는 “진짜 너무 기쁘고 좋다.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이어서 월드컵과는 또 다른 기분인 것 같다”며 “골인 순간 ‘드디어 해냈다, 1등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뒤에서 기회를 엿봤다”며 “제일 큰 목표인 올림픽 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소연(스포츠토토), 박지원(전북도청), 심석희와 함께 나선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무난하게 결승에 진출한 김길리는 여자 10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다관왕을 노린다.
남자 1500m 결승에서는 우리 선수끼리 충돌로 노메달에 그쳤다. 2년 연속 남자부 월드컵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박지원(서울시청)이 시작부터 선두권을 유지하며 레이스를 이끌었지만 결승선까지 2바퀴를 남긴 시점, 3위로 달리던 황대헌이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부딪쳐 바깥쪽으로 밀려났고 최종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고 금메달은 중국의 쑨룽에게 돌아갔다.
박지원과 황대헌이 준결승에서 모두 탈락한 남자 500m에서는 중국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린샤오쥔이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을 딴 것은 한국 국적이던 2019년 1000m, 1500m를 석권한 이후 5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