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돈줄을 조이면서 개발 사업의 자금줄이 급속도로 말라가고 있다. 이에 따라 PF 자금 조달에 실패한 서울 도심의 주요 알짜 개발 사업 부지들이 경·공매로 내몰리면서 개발 사업이 고사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A 시행사가 오피스 개발 사업을 진행하던 강남구 역삼동 부지가 이달 초 공매에 부쳐졌다. 브리지론 총액은 약 1700억 원으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사업장이다.
강남권 오피스 사업장이 공매로 내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행사는 최근 브리지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PF 대주단협의회를 소집해 출자 전환 등 사업구조 전환을 제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자금 회수를 희망하는 일부 투자자들과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용리단길’로 유명해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일대 1663㎡ 규모의 토지도 이달 공매에 부쳐졌다. 당초 오피스텔 건설이 계획된 부지였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포함된 업무복합시설로 변경됐다. 인근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고 교통·인프라 등 개발 가치가 높은 입지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곳 역시 대주단의 요청에 따라 이달 공매로 나왔다. 시행사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법률 컨설팅을 받는 등 자구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PF가 안 되는 것은 물론 투자자인 금융권이 기존 미착공 사업장도 대부분 정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개발 사업 상당수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며 “공매에 부쳐진 부지도 부동산 경기 악화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개발 회사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마련할 길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