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상장사들에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독려하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난해 주주환원율을 33%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하나금융지주는 나아가 주주환원율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올리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상생 금융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주주환원율을 2022년 27%에서 33%로 높이고 추후 이를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특히 지난해 연간 배당금을 2022년 1주당 3350원보다 50원 많은 3400원으로 늘렸다. 2005년부터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 배당을 실시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는 아예 매 분기 배당을 주겠다며 이를 정례화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예정 규모도 지난해 1500억 원의 2배에 달하는 300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고 있고, 하나증권의 국내외 부동산 자산 손실을 선제적으로 인식해 2022년보다 당기 순이익이 하락했지만 배당금은 더 늘렸다”고 소개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상생 금융도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공을 들이는 과제다. 하나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ESG와 관련한 여신과 투자, 자금 조달 목표를 60조 원 수준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기준으로 벌써 28조 원(46.8%)을 집행했다. 지난해에는 생물 다양성 회계금융협회(PBAF)와 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NFD)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22년에도 과학 기반 탄소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을 획득하고 여성 역량 강화 원칙(WEPs)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해에는 탄소중립은행연합(NZBA)에도 가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나아가 올 1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객에게 3557억 원 규모를 지원하는 민생금융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업장 탄소 배출과 석탄 프로젝트 파이낸싱 ‘제로(0)’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이행 중”이라며 “ESG의 전 영역에 걸친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줄었지만 일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수수료 이익과 매매 평가 이익을 포함한 비이자 이익만 65.3% 늘어난 1조 9070억 원에 이르렀다. 은행 원화 대출 규모는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6% 신장했다. 연결 당기 순이익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2년보다는 3.3% 감소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비용이 발생해 4분기 순이익이 부진했지만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전체 연간 실적은 양호했다”며 “올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지주가 주주환원율을 대폭 올리기로 하자 주가 흐름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올 1월 2일 4만 2800원에서 이달 15일 6만2100원으로 45%가량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KB금융(105560)(42.1%), 신한지주(055550)(26%), 우리금융지주(316140)(18.6%) 등 경쟁사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6만 3000원에서 6만 8000원으로 올렸다. 김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가 가계 대출이 계속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자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율 목표를 발표하는 모습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