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오일머니 못캐도…KT클라우드 '여유만만'

UAE서 3억弗 투자유치 무산됐지만

가파른 성장에 자금조달 급하지 않아

IDC 등 주력사업 강화가 최우선

기업가치 더 키운 뒤 재추진할 듯

KT클라우드의 용산 IDC. 사진 제공=KT클라우드KT클라우드의 용산 IDC. 사진 제공=KT클라우드




KT(030200)의 자회사인 KT클라우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했던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 작업을 중단하고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실적이 성장세인만큼 당장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다, 주력 사업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운 후 투자를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KT클라우드가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와 진행했던 3억 달러(약 3934억 5000만 원) 규모 투자 유치 협의가 최종 무산됐다. 기업가치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있었고,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KT의 경영진 교체 등이 맞물리면서 협의에 속도를 내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KT클라우드의 무바달라 투자 유치는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정상회담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300억 달러(39조 4800억 원) 규모의 투자 업무협약에 따라 진행됐다. 무바달라 측의 깐깐한 투자 조건에도 불구하고 KT클라우드는 높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양국 정상회담 뒤 1호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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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무바달라는 KT클라우드 투자를 위해 모회사인 KT 측과 직접 협상을 벌였다. 당시 KT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바달라 측이 제시한 조건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 유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KT는 무바달라의 투자에 대해 기대가 크지 않았던 상황이었다"면서 "협의가 긴밀하게 진행되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T클라우드는 무바달라와 협상에 나서기 전 이미 높은 몸값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완료한 상황이었던 것도 투자 유치가 무산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7월 IMM크레딧솔루션으로부터 기업가치 4조 6000억 원을 인정받고 약 60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보통 후속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는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전보다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KT로서는 그만큼 기업가치 책정에 대한 부담이 컸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2022년 법인 설립 이후 매년 가파른 매출 성장세와 흑자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KT클라우드는 분사 첫해인 2022년 약 5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23% 증가한 67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순익 규모는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업계에서는 KT클라우드가 상당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성장 전망도 밝다. 최근 들어 공공과 민간 기업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관련 서비스 도입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그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클라우드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DX(디지털 전환) 시장 주도권을 장악, 2026년 매출액 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T클라우드 관계자는 "무바달라 측과 투자 유치 협의가 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투자 유치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KT클라우드는 2022년 4월 KT의 클라우드·IDC 부문이 분사해 출범했다. 공공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 금융클라우드, DX플랫폼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경기 분당과 서울 목동, 여의도 용산 등 국내 최다인 13곳의 IDC를 운영 중이다. KT를 거쳐 KT클라우드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낸 황태현 대표가 지난 1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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