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드디어 공개된 필수의료 수가 인상…'10조+α'에서 외과 기피분야·내과 중증질환에 5조 수혈

[의료개혁, 지금이 골든타임]

<하>호흡기 단 지역·필수의료

빅5 쏠림에 지역·필수의료 붕괴

의료진은 돈되는 피부과 등 몰려

소청과 등 3조·지역협력 2조 지원

필수의료 연봉 '개원의 수준'으로

尹, 서울아산 찾아 의료진과 간담

"정당한 보상 받게 정부가 챙길것"

■의료보상체계 개편 어떻게

지금은 경증 환자 진료할수록 수익 늘어

위험도·난이도 반영 수가체계 매년 조정

"필수의료 재원 소요 우려 없도록 관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격한 보장성 확대와 실손보험 활성화 등으로 인한 본인 부담 감소는 이전보다 상급병원 이용 문턱을 낮춰서 수도권 대학병원에 대한 선호와 쏠림 현상을 심화시켰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2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초래한 원인을 지목하며 쓴 반성문이다. 이른바 서울 ‘빅5’ 등 상급병원으로 모든 인력과 환자·투자 등이 쏠리면서 지역·필수의료 생태계가 급격히 붕괴되고 지방 곳곳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상을 헤매다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병원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소아과 오픈런’은 일상이 됐다. 지난해 초 강원도 속초의료원에서는 연봉 3억 원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연봉 1억 원을 추가한 4억 원에 의사 모집 공고를 내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으로 추락하는 등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저출산 여파로 전문의가 돼야 할 전공의들의 씨가 마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정기모집 결과 피부과와 안과·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 과목은 140~172%에 이르는 지원율을 보인 반면 소아청소년과(25.9%)와 산부인과(67.4%), 심장혈관흉부외과(38.1%) 등 비인기 과목은 전공의들이 대거 미달됐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를 지난달 초 발표했다. 복지부는 18일 10조 원 가운데 5조 원을 난이도와 업무 강도가 높은 외과계 기피 분야, 내과 중증 질환 분야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 분야에는 총 3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며 “심뇌 네트워크, 중증소아 네트워크 등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을 통해 치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2조 원의 네트워크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도수 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과 같은 혼합진료(비급여+급여 진료)가 실손보험 팽창과 의료비 지출 급증의 원인이라고 보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 금지를 추진하는 한편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도 미용·성형외과 개원의들의 연봉에 버금갈 수 있도록 파격적인 보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 차관은 “현재 비급여 진료가 많은 미용·성형 분야 개원의와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의 연봉 수준을 비교하면 3~4배 차이가 난다”며 “이들 분야 임금에 맞춰야 인력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의료진 간담회를 열고 산부인과 정책지원 수가 상향을 포함해 필수·중증 의료 분야 지원을 위한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의료진 간담회를 열고 산부인과 정책지원 수가 상향을 포함해 필수·중증 의료 분야 지원을 위한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사 인력 확충과 더불어 필수의료 패키지, 건보종합계획 등에서 제시한 액션플랜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충분한 의사 정원 확대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공급이 늘고 붕괴된 필수의료 분야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력 확충으로 의료 서비스가 늘어나면 사회 전체의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수립된 1970년대 말과 인구구조와 경제적 구조 등이 모두 달라졌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와 건강보험종합계획은 우리 의료체계에 깊게 뿌리내렸던 문제점을 짚어내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보여주는 중요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의료계 설득도 계속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아산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 간담회를 열고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면 좋겠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며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병원이 재정난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확실히 챙기겠다”며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들을 설득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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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에 더 큰 보상… MRI 검사보다 수술 등 '의료행위 수가' 높인다


수술 이미지.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수술 이미지.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 입원·수술 등에 더 큰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수가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를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 진료를 초래하고 중증 환자 치료나 수술 등을 제대로 보상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현행 건보 수가제는 모든 개별 의료 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한다. 의료 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치료 결과보다는 각종 검사와 처치 등 행위를 늘리는 데 집중하게 돼 치료 성과나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발생한다.

정부는 특히 상대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전면 개편해 ‘상대가치 점수’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상대가치 점수란 행위별 수가의 기본이 되는 ‘의료 행위별 가격’이다. 수술·입원·처치·영상·검사 등 다섯 가지 분야 중 수술과 입원, 처치는 저평가된 반면 영상이나 검사 분야는 고평가돼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치료에 필요한 자원의 소모량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의료인의 행위보다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고가 장비를 이용한 검사 등으로 의료 비용을 높여온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상대가치 개편 주기는 기존 5~7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 체계로 전환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적용 중인 제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4차 상대가치로 개편할 때 필수의료 분야의 입원·수술·처치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또 근거 중심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표준 원가 산정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원가 산정 기준으로 삼을 패널 병원은 현행 100여 개에서 더 늘린다. 정부는 상대가치 개편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에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다만 수가 계획의 세부 항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박 차관은 “정부가 어느 분야에 얼마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의사 결정은 할 수 있지만 그 안의 세부 항목은 현장에 있는 의료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의료계와 갈등, 대치보다는 신속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필수의료 강화 등에 상당한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재원 마련과 관련한 우려도 제기된다. 박 차관은 건강보험 재정 고갈 가능성에 대한 지적에 관해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28조 원이고 그 중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수가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뜻”이라며 “성과와 가치 기반의 지불제도를 혁신하게 되면 의료비 지출 증가 추세를 적절하게 관리해나가면서 재정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홍용 기자·이승배 기자·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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