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유권자 외면받는 트럼프 이민정책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드리머' 추방 유예에 반기 들지만

대다수 공화당원도 체류 허용 찬성

'난민 자녀 분리' 정책도 지지 바닥

트럼프, 국익보다 이슈화만 골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민 문제에 관한 한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남쪽 국경의 혼란상과 이민 문제 해소가 트럼프의 핵심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울 게 없다.



진짜 놀랄 일은 따로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민 관련 조치들은 하나같이 인기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라. 지금 우리는 이민자들을 둘러싼 잘못된 믿음과 거짓 정보가 판을 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민자들이 법적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통계 자료가 보여주듯 이는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이민자들이 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지적도 빗발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민자들은 미국 경제와 연방 예산에 도움을 준다.

물론 이민자들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이민제도는 대단히 복잡하고 생업에 쫓기는 유권자들에게는 이를 속속들이 파악할 시간이 없다. 필자는 유권자들의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의 정책이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견해와 일치하는지 물어보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우리는 트럼프의 최근 연설과 전 행정부가 취한 이민 관련 조치들 및 트럼프의 보좌관들이 그의 재집권에 대비해 만든 정책 백서인 ‘프로젝트 2025’를 통해 그가 어떤 이민 어젠다를 갖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주요 이민정책안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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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례가 드리머다. 드리머란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이민자를 뜻한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공화당원과 심지어 트럼프 지지자들마저 이들이 미국에 체류하면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재임 시절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미성년입국자추방유예(DACA·다카)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했다. 다카는 드리머들의 추방 유예와 미국 내 취업 허용을 골자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카를 폐기하려는 트럼프의 거듭된 시도는 연방대법원에 의해 좌초됐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트럼프가 보수색이 짙은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고법 판사를 대법관에 지명하기 전에 나왔다. 배럿의 가세로 대법원의 이념적 구도가 6대3으로 보수 쪽으로 완전히 기운 상태이기 때문에 다카는 트럼프 재집권 후 또다시 연방대법원의 위헌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직적으로 난민 신청 가족의 어린이를 부모로부터 떼어냈다. 더 큰 문제는 부모와 분리된 자녀의 소재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지워싱턴대의 크리스 워쇼 교수가 과거 30년 동안 나온 주요 법안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족 분리 프로그램은 가장 인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까지 숱한 가족이 강제로 분리된 자녀들과 재결합을 이루지 못하면서 미국의 도덕성에 오점을 남겼다.

트럼프는 군 병력을 동원해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체포한 후 이들을 집단 수용소에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적국시민법(Alien Enemies Act)을 발동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적국시민법은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의 집단 구금을 위해 동원됐다. 이 같은 정책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다수 의견을 내지 못했다. 적국시민법의 내용과 목적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질문을 던졌다면 응답자들의 도덕적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측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민 문제가 화급한 현안인 데다 트럼프가 제시하는 해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 탓에 바이든의 정책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바이든은 적법한 방법으로 이곳에 도착한 이민자들이 보안 검사와 신체검사를 거쳐 합법적 체류 신분을 얻을 수 있는 여러 개의 새로운 법적 경로를 만들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여기에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든의 이민 어젠다 가운데 남은 것이 무엇인가. 그의 이민정책 목록에 남아 있는 과제들은 난민 시스템 개선처럼 한결같이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한때 트럼프는 의회가 강력한 국경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민 문제를 2024 대선의 핵심 이슈로 삼고 있는 그는 선거가 끝나기 전에 국경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국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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