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내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을 해결해 줄 ‘전남권 의대’ 설립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전남도청 민생토론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전남권 국립 의대 설립 건의에서 이 같은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조건이 붙었다. 김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목포대·순천대를 묶은 통합의대가 아닌 한 지역·대학을 정해야 하는 미션을 던졌다.
이번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남권 의대 신설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김영록 전남지사의 정치적 부담은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 입장에서는 통합의대가 지역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이 있고 ‘정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현 정권 아래서는 현실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학 통합·통합 의대 신설’을 현실화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촉박하기만 하다.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만큼 김 지사의 판단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 노관규 순천시장이 승부수를 걸었다.
전남도의 통합의대 방침에 동조해 달라는 협조 요청에도 노관규 순천시장은 ‘정치적 노름판을 돌리다 이도 저도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 시장은 “전남 동부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전남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현장이 많아 외상센터 등 여러 분야의 의료시스템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순천대는 전남 유일의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기반이 갖춰져 있고, 의대 신설을 위한 기반을 갖춘 순천대를 중심으로 풀어야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시장은 순천대·목포대 통합 의대 신설에 대해 “순천대 단독이다. 공동 의대는 대통령 말씀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고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에 지난해 경전선 우회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서도 전남도와 대치한 노관규 순천시장의 뚝심이 통한 만큼, 이번 의대 단독 유치와 관련해서도 그의 정치적 승부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순천시의 강력한 입장에 뒤늦게 박홍률 목포시장도 가세했다. 박 시장은 “전남도의 통합의대 신설 원칙에는 찬성하면서도 정부가 단일의대로 방향을 정하면 전남 서부권인 목포대에 의과대학이 유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또 다시 동(순천)·서(목포) 갈등이 불거지면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정치력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다. 순천대와 목포대가 전격적으로 대학간 통합을 선언하면서 정부를 설득해 전남권 의대 신설을 하게 되면 김 지사의 ‘정치적 능력’은 상당히 높게 판단 받을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미 순천, 목포 단독유치 싸움은 분명해 지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선거구 후보로 선출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칭찬하기도 한 ‘전남권 의대 설립’에 대해 정치적으로 가장 큰 과제가 던져진 김영록 전남지사의 최종 판단은 어떻게 될까. 180만 전남도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