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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40분 거리를 ‘4분 컷’…‘3200t TBM원통’으로 한강 밑 뚫는다

현대건설 김포~파주 제2공구 현장 가보니

TBM 공법 사용, 한강 밑 하저 통과 시작

하저 도로 복층으로 건설, 하층은 대피공간

"국내 도로 시공 업그레이드 교두보 역할"

김포~파주 도로 제2공구 터널을 뚫기 위해 사용되는 TBM 내부 모습. 한동훈기자김포~파주 도로 제2공구 터널을 뚫기 위해 사용되는 TBM 내부 모습. 한동훈기자




지난 15일 찾은 수도권제2순환도로 김포~파주(25.4km) 구간 중 제 2공구(6.73km) 공사 현장.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의 현장 근로자들이 TBM 장비를 활용해 지하에서 터널을 뚫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TBM은 디스크커터(칼날)가 장착된 커터헤드가 회전하면서 굴착면을 압쇄하는 방식으로 터널을 뚫는 굴착 장비다. 현대건설이 사용하는 원통형 TBM장비는 직경 14m(아파트 5층 높이), 길이는 125m로 무게는 약 3200톤에 달한다. TBM 장비 내부까지 들어가 커터헤드로 압쇄된 지하 굴착면을 실제로 보니 거대한 기계가 땅을 뚫는 게 실감이 났다.




현대건설 직원이 TBM 내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건설현대건설 직원이 TBM 내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건설




김포~파주 도로 제 2공구는 국내 도로 시공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현장이다. 해당 구간에 한강(약 1.8km)이 포함돼 강 밑으로 터널을 뚫어 왕복 4차로의 도로를 만들기 때문이다. 2027년 12월 완공되면 한강은 물론 국내에서 최초로 강 밑에 TBM 도로 터널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일산대교를 이용해 김포에서 파주까지 이동하려면 40분 이상 소요되는데 하저 도로가 완공되면 10분의 1 수준인 4분으로 단축된다.

당초 이 구간에는 교량이 놓여질 예정이었다. 다만 교량이 건설되면 군사분계선과 가까워 인근 군 부대 사정권을 가릴 수 있어 국방부가 반대했고 재두루미 서식지와 겹쳐 환경부에서도 이의를 제기해 계획이 변경됐다.

김포~파주 구간 도로 지하터널을 뚫기 위해 지난 2022년 설치된 TBM 모습. 사진 제공=현대건설김포~파주 구간 도로 지하터널을 뚫기 위해 지난 2022년 설치된 TBM 모습. 사진 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은 하저 도로 건설을 위해 과감히 TBM 공법을 택했다. TBM 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와 조립 및 굴착에 이르기까지 시간은 물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기존 화약 발파식 공법(NATM)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또 자동화 이수 순환을 통해 굴착된 암반 및 토사를 안전하게 지상으로 반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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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재 현대건설 김포~파주 제2공구 사업지원팀장은 “국내에서 지하철 등을 건설할 때 TBM 공법을 활용한 적은 있지만 한강 아래 도로를 뚫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 파주에서 김포 방면의 육지 지하 터널 900미터 정도를 뚫은 상태이고, 이달부터 한강 바닥을 통과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하저 도로 건설을 위해 강 표면으로부터 지하로 최대 34.5m를 뚫게 된다. 수압이 높고 복합지반으로 이뤄져 공사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대건설 측은 시공 전 지반조사를 했고, TBM장비를 감싸고 있는 원통형 강재 쉴드가 굴진시 붕괴를 원천 방지하기 때문에 안전한 시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포~파주 도로 제2공구의 한강 하저 굴착을 앞둔 모습. /한동훈기자김포~파주 도로 제2공구의 한강 하저 굴착을 앞둔 모습. /한동훈기자


김포~파주 하저 도로의 또 다른 특징은 복층으로 건설된다는 점이다. 상부공간은 차량 통행도로. 하부공간은 대피로와 구조차량 통행로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상부 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하부공간을 대피공간으로 확보한 셈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도로 시공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국내에서 TBM 공법이 더 뿌리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건설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TBM공법 경험은 선진국 대비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공사에 쓰이는 TBM도 독일에서 구매해 장비 국산화도 시급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도로 시공 능력이 한 단계 발전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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