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기자의 눈] 카카오에 봄은 언제 올까

양지혜 IT부 기자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오피스 전경. 연합뉴스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오피스 전경. 연합뉴스




봄바람이 불고 꽃봉오리가 맺히고 있지만 카카오는 여전히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지난해 11월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라는 회사의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껏 카카오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이 그대로 이어지며 회사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카카오 경영의 폐단 중 하나로 꼽혀온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면서 ‘무늬만 쇄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2021년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약 70억 원의 차액을 가져간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본사 CTO로 내정했다. 정 전 CTO의 임명을 두고서는 카카오 내부에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C레벨 인사를 두고 내부에서 이 정도의 반발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며 “많은 사람들 가운데 왜 정 전 CTO여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회사가 충분히 풀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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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혐의를 들이대며 해임을 권고한 류긍선 대표의 연임안을 상정한다. 금융 당국이 해임을 권고했다고 해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류 대표가 받는 혐의도 다퉈볼 사안이지만 ‘금융 당국과 척을 져서 좋을 것이 있느냐’는 우려가 회사 내부에서도 나왔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고난의 시기를 겪은 카카오가 회전문 인사를 답습하면서 쇄신 의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창업자와 카카오 경영진이 외쳤던 ‘쇄신(刷新)’의 사전적 의미는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다. 카카오는 최근 행보에 진정한 의미의 쇄신이 있었는지, 왜 회사 안팎에서 우려와 불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작금의 위기 상황을 만든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카카오 경영진이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술’ 각오로 쇄신(碎身)하지 않는다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을 것이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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