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다음 단계로 ‘로봇’ 시장을 정조준한다. 고도로 발달한 AI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식돼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안드로이드(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로봇)’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AI 혁명을 이끄는 엔비디아가 본격적인 AI 로봇용 칩셋·플랫폼을 선보이며 인간과 같은 로봇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시대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4’에서 로봇 통합 프로젝트 ‘그루트(GR00T)’를 공개했다. 그루트는 인간과 같이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범용로봇기술(Generalist Robot Tech)’을 뜻한다. AI 로봇 설계와 구동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플랫폼부터 로봇 내에서 AI 연산을 자체 처리할 저전력 전용 칩셋 ‘젯슨토르’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다. 생성형 AI로 학습해 반려동물처럼 움직이는 로봇과 함께 등장한 황 CEO는 “로봇 공학자들이 도약할 수 있도록 범용 인간형 로봇을 위한 기반 모델과 지원 기술을 구축했다”며 “앞으로 움직이는 모든 게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처리 속도가 전 세대에 비해 5배 빨라진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칩셋을 전격 공개했다. GPU 2개를 합친 구조로 기존 H100 ‘호퍼’보다 트랜지스터가 2.6배 늘어났고 칩셋 연결 기술 ‘NV링크’ 5세대와 2세대 트랜스포머 엔진이 도입돼 AI 추론 성능과 전력 대 성능비가 각각 30배, 25배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칩셋 판매를 넘어 AI 슈퍼컴퓨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황 CEO는 “블랙웰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구동하는 엔진이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양산에 들어간 HBM3E D램을 이달 말부터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함으로써 기존 4세대(HBM3)에 이어 5세대의 주도권도 확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