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다음 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자율 배상안을 발표한다. 다른 은행들도 이번 주 이사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 당국이 암묵적으로 이달 이사회와 주주총회까지를 숙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면서 은행들이 배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 배상에 관한 사항을 부의할 예정이다. 이사회 심의와 결의가 마무리된 직후 자율 배상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ELS 판매량과 손실 규모를 감안할 때 배상액 규모는 60억~1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자율 배상이 배임 혐의를 받을 소지에 대해서는 현재 복수의 로펌에 의뢰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이달 열릴 정기 이사회와 추후 열릴 임시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ELS 배상안에 대한 보고를 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주주총회 이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손실 배상 원칙과 예상 손실 규모, 재무제표 영향 등을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이달 21일 이사회에서 관련 보고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이날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ELS 자율 배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할 예정”이라고 말했고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자율 배상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자율 배상 논의가 급물살을 탄 데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연합회 이사회와의 간담회가 끝난 뒤 “이번 주나 다음 주에 각 은행의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있기 때문에 절차를 거쳐 각 기관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판매사의 위법 부당 행위를 엄중 조치하되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하겠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실제 배상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배임 문제에 대한 법률 검토, 외국인 주주 설득 등 배상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체 결정이 부담스러운 은행들은 다음 달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보고 배상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배임 이슈는 결국 회사와 주주 간 문제기 때문에 당국의 말만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정을 짜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