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홍콩ELS 자율배상 본격화…이 은행 '스타트' 끊는다

판매액 최저 우리銀, 22일 배상 결정

하나·신한도 이사회 보고 예정





우리은행이 이틀 뒤 열리는 이사회를 거쳐 다음주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자율 배상안을 발표한다. 판매 잔액이 400억 원 수준으로 조 원 단위로 판매한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상 부담이 작아 선제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은행들 역시 이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기점으로 배상안 마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 배상에 관한 사항을 부의할 예정이다. 이사회 심의와 결의를 마친 뒤 최종 준비 작업을 거쳐 다음주께 자율 배상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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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선제 배상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른 은행에 비해 ELS 판매액이 적어 내부 검토가 신속하게 진행됐고 배상 규모 역시 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ELS 판매 잔액은 약 400억 원 수준으로 조 원 단위로 판매한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은행은 ELS 판매량과 손실 규모를 감안할 때 배상액 규모가 60억~100억 원 가량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율 배상이 배임 혐의를 받을 소지에 대해서는 현재 복수의 로펌에 의뢰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ELS 배상안에 대한 보고를 할 예정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20일(하나은행)을 시작으로 29일(SC제일은행)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한다. 하나은행은 주주총회 이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손실 배상 원칙과 예상 손실 규모, 재무제표 영향 등을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이달 21일 이사회에서 관련 보고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 19일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ELS 자율 배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자율 배상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자율 배상 논의에 속도가 붙은 것은 금융 당국이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연합회 이사회와의 간담회가 끝난 뒤 “이번 주나 다음 주에 각 은행의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있기 때문에 절차를 거쳐 각 기관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판매사의 위법 부당 행위를 엄중 조치하되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하겠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배상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임 문제에 대한 법률 검토, 외국인 주주 설득 등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체 결정이 부담스러운 은행들은 다음 달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보고 배상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배임 이슈는 결국 회사와 주주 간 문제기 때문에 당국의 말만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정을 짜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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