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400억 달러(약 54조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전 세계 주요 정부가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앞다퉈 돈 보따리를 풀며 ‘쩐의 전쟁’이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20일 뉴욕타임스(NY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VC)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앤드리슨호로위츠와 AI 기금 조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6월 이후 본격적인 투자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데 해당 계획이 실행되면 사우디는 단숨에 세계 최대 AI 투자자로 올라서게 된다. 사우디는 자산이 9000억 달러(약 1206조 원)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투자에 동원할 예정이다.
NYT는 이번 투자 계획에 대해 “사우디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경제를 다각화하고 세계에서 더욱 영향력 있는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야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기술 분야 투자를 해왔지만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2016년 사우디는 차량 공유 업체 우버에 35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를 투자하고 소프트뱅크가 조성한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에 450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입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는 AI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우디 측은 반도체 제조 업체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관련 스타트업 다수를 지원하는 방안과 함께 자체적인 AI 업체를 설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각국 정부는 AI 시장 선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연방 예산안에서 AI 분야에 200억 달러(약 26조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중국은 올해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10% 늘린 68조 6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프랑스의 범부처 AI위원회는 정부에 앞으로 5년간 매년 50억 유로(약 7조 2600억 원)를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AI 프로젝트를 촉진하기 위해 10억 유로(약 1조 4500억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