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을 벌인 현지 부동산 재벌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횡령 금액은 약 16조4000억원으로 베트남 GDP(국내총생산)의 3%를 넘는 규모다.
20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와 외신은 베트남 검찰이 전날 사건 주모자로 알려진 부동산 개발업체 반틴팟 홀딩스의 쯔엉 미 란 회장(68)에게 횡령 혐의로 사형을 구형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피고는 죄를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범죄 결과가 매우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으므로 엄격한 처벌로 그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란 회장은 측근과 공모해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동(약 16조40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횡령액은 베트남 GDP의 3%가 넘는 규모로,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사기 범죄로 꼽힌다.
수사 당국은 란 회장이 사실상 SCB 지분의 91.5%를 소유한 최대 주주로, 2012~2022년 페이퍼컴퍼니 1000곳을 이용해 2500회에 걸쳐 허위로 대출을 신청한 뒤 돈을 빼내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횡령액에 대한 대출 이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으로 SCB가 입은 금전적 손실은 498조동(26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란 회장의 횡령을 도운 SCB 전 경영진과 뇌물을 받고 범죄 사실을 눈감아준 감사 담당 공무원 등 일부도 종신형을 구형받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SCB 고위 관계자, 공무원 등 총 86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공무원들이 받은 뇌물 액수만 520만달러(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시작된 이번 재판의 최종 선고는 다음 달 말 내려질 예정이다. 앞서 베트남 당국은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반부패 중앙 운영위원회에서 쫑 서기장이 부패 범죄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등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어, 본보기로 강력한 처벌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