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평·강화 등에 '분양형 실버타운'…통합재가기관 1400곳으로

■ 尹대통령, 22번째 민생토론

LH 부지에 '헬스케어 리츠' 추진

공공임대주택도 年 3000가구 건축

재택의료센터 250곳으로 늘리고

경로당 식사 제공 주 5회로 확대

尹 "의료·요양 시스템 제대로 구축"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열린 스물두 번째 민생토론회에 입장하며 토론회에 참석한 어르신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열린 스물두 번째 민생토론회에 입장하며 토론회에 참석한 어르신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에 ‘분양형 실버타운’을 허용하고 중산층 노인을 위한 기업형 장기 임대인 ‘실버스테이’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의사와 간호사들이 노인 거주지를 직접 방문하는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고 치매 주치의 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주 평균 3.6회 제공되고 있는 경로당의 식사 제공 서비스도 주5회로 확대하고 기초연금은 당초 공약대로 월 40만원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노인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노인 정책 전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스물두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우리 사회가 어르신들을 모시는 데 있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주거·식사·돌봄 같은 일상생활부터 의료·간병·요양까지 어르신들을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거주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식사·세탁 등의 일상 돌봄과 의료 서비스가 포함된 주택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89곳의 기초자치단체에 한정해 2015년 폐지됐던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를 다시 도입할 방침이다. 현행 임대형 방식 만으로는 민간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양기관은 물론 리츠·호텔·요식업체도 진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민간 자본의 투자를 유도하려는 조치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2번째 민생토론회 내용에 대해 사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2번째 민생토론회 내용에 대해 사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분양형 실버주택이 다시 허용된 지역에서 과거 발생했던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015년 당시 분양형 실버타운을 금지한 것이 대도시권 인근에서 개발이익을 노린 실버타운 불법 분양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분양형 실버타운이 도입되는 지방자치단체에는 가평·강화·옹진·연천군 등 수도권에서 4곳이 포함됐다.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대구 남구·서구 등 광역시의 원도심도 허용 지역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주 연령이나 전매제한을 두는 것은 물론 표준계약서를 권고하고 일정 비율 임대형을 혼합 운영하게 하는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며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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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산층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실버스테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부지를 민간 사업자에 매각해 조성하는 ‘헬스케어 리츠’도 도입할 계획이다. 서민층 노인 가구를 위한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 계획도 매년 1000가구에서 3000가구로 대폭 확대한다.

정부가 이같이 노인인구를 겨냥한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9~1964년생)들이 노인 인구(65세 이상)로 진입하면서 실버 산업의 주 소비층이 고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노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적한 자산이 많고 중산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고소득층을 위한 고급 요양시설은 많다. 정부 정책은 그동안 취약계층에 집중됐다”며 “정작 중산층 노인들이 생활할 시설이 없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돌봄 제도는 집에서 치료받는 재가 요양 방식을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 확대에 집중한다. 복지부는 현재 95곳인 재택의료센터를 2027년까지 25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소 전국 모든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재택의료센터가 설치되면 의료진이 이를 거점으로 인근 지역 장기 요양 수급 환자의 집에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해 75곳이었던 통합 재가 기관은 3년 동안 1300곳 이상 더 설치해 2027년에는 1400곳 이상 운영할 예정이다. 통합재가센터는 주야간보호·간호·돌봄·노인복지 등 재가요양 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복지 시설이다.

중증 환자의 재가요양급여를 중증도 1등급 기준 189만 원에서 207만 원으로 인상한다. 중증 환자 방문 진료 본인부담금을 현재 3만 8000원에서 1만 9000원까지 낮추고 장기 요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동 서비스와 복지 용품 지원도 확대한다. 고령 환자 증가에 맞춰 의료 체계도 개선한다. 치매 환자에 대해서는 관리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돌봄 수요를 예방하기 위해 의료·요양 통합 판정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는 경로당 식사 확대도 종합 정책에 포함됐다. 식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2만 8000곳의 경로당에서 현재 주 3.6회 식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주 5회로 늘린다. 식사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은 4만여 곳의 경로당에도 조리시설을 설치해 식사 서비스를 확대한다. 아파트 공용시설을 활용한 식사 서비스 제공도 추진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강원 지역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원주에 의료기기 혁신 클러스터가 조성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원주를 첨단 보건의료 산업 거점으로 대폭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원주가 미래 신산업 허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원주고등학교를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하는 등 혁신도시의 교육 환경을 대폭 개선할 것”이라며 “광명·수서로 연결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노선을 원주까지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총선을 20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보수 지지층이 많은 노인 세대와 강원 지역 주민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종=주재현 기자·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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