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프고 나니 운동하기도 겁나” 현직 의사 조언은 [건강 팁]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뇌혈관질환, 급성기 이후 재활치료가 삶의 질 좌우

약물치료 당연…금연·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도 필수

2017년 심장재활 의료보험 적용…인지도 여전히 낮아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한국인들의 주요 사망 원인인 심뇌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도 비중이 매우 큰 질환군이다. 의학계가 심뇌혈관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약물요법부터 시술, 수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법들이 발전을 거듭해 왔다. 대중의 관심은 대부분 첨단 치료로 죽어가던 환자를 살리는 순간에 주목한다. 그러나 급성기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이 급성기 질병에서 벗어나 일상 생활에 복귀하기까지는 길고 힘든 과정이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졸중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의 재활 치료는 급성기 치료 후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 것은 물론 재발 및 악화를 예방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재활 치료는 심뇌혈관질환을 겪은 이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이다. 일상으로 빠른 복귀를 가능하게 만들고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의미도 크다. 심혈관질환의 상당수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과 흡연·운동부족 등의 생활습관이 주된 원인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개선하는 것은 단순히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막는 ‘1차 예방’ 뿐 아니라 이미 병이 생긴 환자에서 재발을 막는 ‘2차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약물치료를 받더라도 금연,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

삼성서울병원 심장재활센터에서 환자(왼쪽)가 트레드밀을 이용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삼성서울병원 심장재활센터에서 환자(왼쪽)가 트레드밀을 이용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심장 재활은 크게 ‘교육-평가-치료’의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 교육은 환자가 본인의 질병에 대해 충분히 잘 이해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식을 제공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둘째, 평가 단계에서는 환자의 운동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심폐기능 운동부하 검사 등을 시행한다. 다음 단계인 치료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선행 과정을 거쳐야 본격적으로 심장재활 치료가 시작된다. 마지막 심장재활 치료 단계에서는 선행 평가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환자에게 적절한 운동 처방을 내리고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입원 후 응급한 치료를 마치고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면 바로 이러한 과정이 시작된다. 입원 환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침상에 누워서 보낸다. 이처럼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근력의 감소 등을 방지하면서 회복 단계에 맞게 점진적으로 활동을 늘려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퇴원 후 외래로 심장재활센터를 방문하면 환자의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운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관련기사



삼성서울병원 심장재활센터에서 환자(오른쪽)가 실내자전거를 이용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삼성서울병원 심장재활센터에서 환자(오른쪽)가 실내자전거를 이용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심장재활 프로그램은 2017년부터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해졌다. 주 3회씩 12주로 총 36회까지 의료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관상동맥중재술을 비롯해 각종 심장 수술과 시술을 받았거나 심근경색, 불안정 협심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 심부전·말초동맥질환·각종 부정맥으로 치료 또는 시술을 받은 경우, 선천성심질환 등 다양한 심혈관질환 관련 재활 프로그램에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심장재활은 순환기내과·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심장재활 전문 간호사, 물리치료사, 운동처방사, 영양사가 한 팀이 되어 개별 환자에게 단계별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다학제 진료다. 사망률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증상의 경감, 심리 지표 및 삶의 질 향상 등 다양한 이득을 줄 수 있다.

다만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환자의 인지도가 현저히 낮고 아직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제한적이다. 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부담을 느껴 참여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환자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지하고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대안 모색도 필요하다.

그나마 뇌졸중은 상대적으로 심장질환에 비해 재활에 관한 환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뇌졸중은 신경계 기능의 손실이 후유증으로 남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기능의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기능 손실에 적응해 일상 생활을 무리없이 할 수 있도록 회복을 돕는 치료 과정이 필수적이다. 재활의학과 의사의 적절한 평가와 처방 하에 물리치료사들이 중심이 된 재활팀이 환자의 재활 치료를 담당하는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신체 운동 기능뿐 아니라 언어장애·작업 치료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재활 치료가 이뤄진다. 중증 뇌혈관질환을 겪은 환자에게 장애 발생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고 가정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려면 조기에 재활치료가 시작돼야 한다. 한정된 기간 안에 뇌졸중 재활치료를 끝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에 3차 의료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재활전문병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첨단의학의 눈부신 성과를 자주 접했던 환자들은 ‘수술이 잘 됐다고 하는데 왜 나는 아직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가’라며 좌절하곤 한다.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까지는 긴 여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치료를 마친 후 질병이 생기기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이 때 환자의 곁에서 좌절의 늪에서 빠져나와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재활 치료다. 전혀 화려하지도, 눈에 띄지도, 각광을 받지도 못하지만 ‘진정한 치유’를 위해 환자들 곁에서 함께하는 심장재활, 뇌졸중 재활의 존재를 잊지 않길 바란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