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경쟁 관계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자체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를 업고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2년 3개월 만에 장중 8만 원대 주가를 기록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1700원(2.17%) 오른 7만 9900원에 장을 마감해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특히 장중 한때 8만 100원까지 올랐다. 2021년 12월 29일(8만 200원) 이후 처음으로 8만 원 벽을 넘어선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4.25% 상승한 17만 6600원에 장을 마쳤다. 한때 17만 9500원까지 솟구쳐 52주 신고가이자 사상 최고가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이날 두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6200억 원가량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각각 4750억 원, 1232억 원을 투하했다. 기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995억 원, 969억 원씩 사들였다.
지난해 1월과 5월까지만 해도 49%대에 머물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도 각각 54.95%, 54.41%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세를 보인 것은 AI 반도체 시장이 확대하면서 두 종목 모두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 제품에 대한 기술 검증에 돌입한 상태다. 자칫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지만 투자자들은 관련 시장 자체가 성장할 것이라는 데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마이크론이 2024 회계연도 2분기(12~2월) 시장 눈높이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점이 두 기업 주가에 힘을 실었다. 중국 정부가 인텔과 AMD에 대한 제재에 나선 점은 엔비디아가 25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상승 마감한 덕분에 별다른 악재가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AI 관련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반등한다는 쪽으로 시장 기대가 모이는 만큼 양 사 주가가 당분간 긍정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 때는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 때문에 AI와 HBM용 후공정 등 일부 종목으로만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하지만 이제는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에 대한 의심이 줄고 반등 주기에 진입했다는 의견이 늘고 있어 관련 종목들이 동반 상승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의 관심이 금리에서 실적으로 이동했다”며 “반도체 주기가 상승 국면 진입, AI 관련 제품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코스피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