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도 평택항 검역본부. 검역관 두 명이 필리핀에서 수입된 바나나 박스를 개봉한 뒤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수입 바나나에 병해충이 존재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중 일부는 샘플로 채취하기 위해 별도로 분리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혹시라도 병해충이 있다고 의심되면 별도로 샘플을 채취해 실험실 정밀 검역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검역관들은 매일 평택항에 들어온 물량 중 245개 이상의 바나나를 표본으로 추출해 검사한다.
현장 검역은 국내 항만에 도착한 수입 과일이 유통되기 전 병해충이 없는지 살피는 마지막 절차다. 수출국 현지에서 검역이 이뤄졌지만 수입국 항만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다. 현장 검역에서 검역병해충이 검출되지 않으면 ‘합격’이다. 식물에 해를 끼치는 정도가 크다고 인정된 금지병해충이 검출된 경우에는 폐기 또는 반송 조치한다.
과일 가격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항만 검역본부의 일과도 빠듯해졌다. 치솟은 과일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체 수입 과일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나나는 연초부터 이달 22일까지 총 8만 4187톤가량 수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 3188톤)보다 33% 늘었다. 파인애플 역시 1만 7326톤이 수입됐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수치다. 평택항 검역본부 관계자는 “하루 들어오는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검역본부는 부산항과 평택항 등 주요 항만에 검역이 몰릴 경우 인력을 이동 배치해 늘어난 업무에 대응하고 있다.
해외 과일의 수입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27일 이마트 아산점에서는 1.2㎏ 당도선별사과(5~6입)가 8890원에 판매됐다. 이달 14일까지 1만 5300원에 판매됐으나 정부와 마트의 할인 지원으로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1만 2980원이던 딸기(750g) 역시 38.5% 할인된 798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이날 검역 현장을 방문한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사과 수요를 대체할 수 있도록 바나나·오렌지 등 수입 과일을 들여오고 있다”며 “검역이 빠르고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