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도체 보조금 지급 검토”…낡은 ‘대기업 특혜’ 프레임 벗어나라


정부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보조금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정부는 27일 “현 투자 인센티브 지원 외에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 제도 확충 방안을 지속 검토하겠다”며 “반도체 기업 보조금 지급도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금 주요국들은 경제 안보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 보조금 지급 등의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총 70조 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확보하고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해외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에 투자한 대만 TSMC의 제1·2공장에만 12조여 원의 보조금을 뿌렸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반도체에 민관 자금 6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중국은 기존의 60조 원 외에 35조 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펀드’ 조성에 나섰다.



글로벌 반도체 속도전이 발발했는데도 우리의 대응은 답답하기만 하다. 보조금은 아예 없고 올해 말로 일몰이 끝나는 투자세액공제(최대 25%)가 전부다.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용수·전력 공급 등에 발목이 잡혀 부지 선정 8년 만인 2027년에나 생산에 돌입한다. 정부가 이날 ‘제5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특화단지 기반 시설 구축에 439억 원 지원,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대한 한시적 고도 제한 완화 등의 조치를 발표했지만 경쟁국들에 비해 한가하기 그지없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 검토에 대해서도 정작 나라 살림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재원 마련, 특정 산업 특혜 등을 이유로 “협의된 바 없다”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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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철 지난 ‘대기업 특혜’ 프레임부터 벗어나야 한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주축이자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핵심 산업이다. 정부는 경쟁국들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전향적으로 적극 검토해야 한다. 최근 여야 정치권 모두 규제 완화와 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반도체 지원책을 약속했다. 특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초강대국 마스터플랜 수립’이라는 약속이 총선용 사탕발림이 되지 않도록 ‘부자 감세’ 주장을 접고 반도체 산업 지원 약속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K반도체’가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게 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등 전방위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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