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기업구조 재편 광폭 행보를 보이던 빗썸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 빗썸코리아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됐던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의 이사회 복귀와 빗썸코리아 상호명 변경 안건은 이날 현장에서 철회됐다.
29일 오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는 정기 주총을 열고 이 전 의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사명 변경 등을 결의하기로 했지만 모두 안건 철회됐다.
이 전 의장의 이사회 복귀가 무산된 데엔 이 전 의장 본인의 의사가 반영됐다. 빗썸 관계자는 “제도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인적 분할 등 회사 구조에도 변화가 많아 경영 안정성을 위해 기존 구성 그대로 이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의 사법리스크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장은 1100억 원대 사기혐의와 관련해 3심 재판을 남겨두고 있다. 1·2심 결과는 ‘무죄’였다. 빗썸은 “당초 이사회에선 이 전 의장의 경영 능력 등을 고려해 복귀를 원했지만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전 의장은 빗썸코리아 지주사 빗썸홀딩스 지분의 3분의 2를 보유한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져있다. 빗썸홀딩스의 단일 최대 주주는 지분 34.22%를 소유한 비덴트지만 이 전 의장이 빗썸홀딩스 2대 주주 디에이에이(29.98%)와 3대 주주 BTHMB홀딩스(10.7%)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기타 지분 25.1%까지 포함하면 이 전 의장의 지분은 65%가 넘는다.
빗썸코리아 상호명을 ‘빗썸’으로 변경하는 안건도 이날 주총에서 제외됐다. 사명 변경을 위해 행정적, 법적 단계를 거쳐야 하는 문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당초 빗썸코리아는 핵심 서비스인 거래소 이름을 사명과 동일하게 변경하는 방식으로 빗썸 브랜드 강화를 꾀했다.
이날 예정됐던 주요 안건을 모두 철회하면서 빗썸코리아는 내년 IPO를 위해 죄었던 고삐를 잠시 풀고 있는 분위기다.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IPO 준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개선되자 인적분할로 신사업 담당 법인을 신설하고 이 전 의장 복귀와 사명 변경 카드까지, 상장을 위한 몸 만들기에 가속도를 붙였지만 이날 주총이 잠시 제동을 건 모습이다.
한편 지난 22일 설립 계획을 발표한 신설법인 ‘빗썸에이(가칭)’는 기존 빗썸코리아의 지주사업, 투자사업, 부동산임대업 등을 도맡을 예정이다. 빗썸코리아가 가상자산 거래업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해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선 빗썸코리아가 관계사 일부를 빗썸에이로 승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PO 성사를 위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79억 원에 달하는 지분법손실을 낸 관계사들을 떼어내 실적을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비티씨코리아서비스(1억 5183만 원)와 비티씨인베스트먼트(846만 원)을 제외한 관계사 9곳은 모두 빗썸코리아에 지분법손실을 안겼다. 지난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던 메타버스 자회사 빗썸메타는 빗썸코리아 지분율을 100%에서 59%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70억 5814만 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라이브커머스 계열사 빗썸라이브는 지난해 파산 선고를 받으며 장부가액이 0원이 됐다. 계열사 재편 계획에 대해 빗썸은 “오는 6월께 법인이 실제 설립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신설법인의 경영 방향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빗썸은 IPO에 사업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인적분할을 통한 신사업 법인 설립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빗썸의 최우선 목표는 회사 경쟁력 강화로 IPO가 최우선이었던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