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 조건이다. 내 몸 하나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은 국가, 세대, 지역, 인종에 상관없이 똑같이 기능하고 있다. 여기에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소유 기회가 주어질 것 같은 집이지만 실제로 주택 시장에서는 특정 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신간 ‘이윤을 위한 질주’는 미국에서 정부, 부동산업계, 은행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차별을 펼쳤는지 다룬 책이다. 책에 따르면 1950년대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흑인은 집요한 차별을 겪어왔다. 당시 도시 흑인 가정 3가구 중 한 가구는 자가를 보유했다.
그러나 이들이 구입한 주택의 질, 비용이 백인과 똑같은 양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도시 지역 단독주택이 평균 8400달러인 데 반해 흑인이 소유한 도시 주택의 가치는 3700달러에 불과했다. 흑인 소유주의 25%는 자신의 주택이 2000달러 이상에 팔리지 않을 거라고 믿기도 했다. 주택을 쉽게 소유하게 해주는 각종 지원책에서 흑인은 배제됐다. 흑인은 대부분 매우 가난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였다. 인종을 이유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흑인을 배제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흑인이 사회적 변화, 도시 반란을 이끌면서 흑인도 연방 보조금, 모기지 보험 보증 등을 통해 이뤄지는 저소득층 주택 소유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오히려 ‘약탈적 포용’의 행태로 악화됐다는 데 있다. 부동산 업자와 은행이 흑인을 상대로 더 비싸고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흑인 싱글맘인 제니스 존슨은 공공 아파트에서 퇴거 위기에 내몰려 새집을 구해야 했다. 부동산 업체의 도움으로 양호한 집에 서둘러 계약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업체는 존슨이 연방주택청이 지원하는 모기지를 받을 수 있도록 모기지 은행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한 기쁨도 잠시 존슨은 악몽을 겪어야 했다. 이사한 지 며칠 만에 하수관이 고장 나 지하실 전체가 물바다가 됐다.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집안 곳곳에는 쥐들이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흑인은 여전히 배제의 대상인 사례다.
부동산 업자와 은행은 흑인을 잠재적 주택 소유자로 부적합하고 부동산 가치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보고 분리시켜왔다. 이는 단순히 불량 주택의 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이같은 거래는 결국 흑인들이 낙후된 도시 지역으로 분리되고 공립학교로 접근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급여가 높은 일자리를 얻고 자산을 늘릴 기회도 연쇄적으로 박탈당한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인종차별이 아메리칸 드림을 좌절시키는 셈이다.
저자는 연방정부가 인종차별을 사업 원칙으로 삼으면서 탐욕스럽게 이윤을 추구하는 부동산 업계를 확실히 규제하지 못한 데 따라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가장 시급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전하며 저렴하고 제대로 된 주택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고 그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언제나 수익에 혈안이 된 기업”이라며 “미국 사회를 내내 사로잡고 있는 위기에 기여해온 민간 부문 세력과 결탁할 경우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우리에게 일깨운다”고 말한다. 3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