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의사 집단행동에 응급실 상황도 악화… 정부, 비상진료체계 강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마찰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의료 공백이 길어짐에 따라 진료에 일부 제한을 받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한 달 사이 10곳에서 14곳으로 늘었다. 응급실 상황마저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지난달 시행했던 비상진료대책을 이달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조규홍 장관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어 의사 집단행동 현황과 비상진료체계 운영현황 등을 점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중증응급질환 중 일부 진료 제한’이라고 뜨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3월 첫째 주 10곳에서 마지막 주 14곳으로 다소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관리하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 시스템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입원병상 유무·응급질환별 의료기관 진료가능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진료 가능 여부를 보여주는 중증응급질환은 심근경색·뇌출혈·산부인과응급 등 27개이며,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44곳 중 하나라도 ‘불가능’메시지가 뜨는 곳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전 실장은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 역량이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며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이 과중한 업무가 계속되며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병원 간 전원을 담당해 다른 권역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한 달 동안 지원하기로 한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을 추가 투입해 응급진료 체계를 지원 및 유지한다. 이를 바탕으로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100% 가산하고, 응급실에서 시행하는 68개 의료행위에는 150% 가산해 보상한다. 응급의료기관이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배정된 중증환자를 진료하면 배정지원금을 약 7만원 지급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에서 24시간 안에 중증·응급수술을 하면 처치·수술료를 150% 가산하고, 중증환자 입원 진료 유지를 위해 전문진료 질병군 입원에 대해서는 사후에 입원료의 100%를 추가 보상한다. 전문의가 중환자실 환자를 진료하면 입원 환자 당 하루 2만5000원의 정책지원금을 지급한다.

또한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의대 교수진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한데 따라 외래진료와 수술 건수가 불가피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용 인력은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배치하고 종합병원과 협력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배치할 인력은 군의관, 공보의, 시니어(은퇴) 의사, 개원의, 진료지원 간호사 등이다.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에 군의관·공보의를 배치하고, 시니어 의사를 채용하는 기관에는 지원금도 준다. 수술 보조 등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하는 진료지원(PA) 간호사도 1900명 늘리고, 이들의 교육과 함께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

전 실장은 군의관·공보의 차출에 따른 의료 취약지 공백에는 “문제가 될 지역은 제외하고 차출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순환진료 등으로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답했다. 공보의가 일하는 보건소는 만성질환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긴급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덧붙였다.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인과 복귀하려는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신고센터도 강화한다. 정부는 지난달 12일부터 운영 중인 이 센터의 신고 접수 대상에 지난달 26일 의대 교수를 포함했고, 29일에는 복지부 홈페이지에 온라인 신고 게시판도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