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콩' 받혀도 40주 치료…내 보험료 줄줄 샌다

◆갈 때까지 간 '한방 과잉진료'

작년 손보 '빅3' 치료비 8633억

한방병원만 6891억…80% 육박

1인당 100만원 양방의 3배 달해

"경상환자 합리적 보상기준 필요"





지난해 1월 앞에 서 있던 자동차를 살짝 들이받았던 A 씨는 상대방의 치료 기간과 치료비를 보험사에서 듣고 아연실색했다. 수리비는 73만 원에 불과했지만 피해자는 ‘경·요추 염좌’ 진단을 받고 모 한의원에서 13일간 입원한 뒤 68회 통원 치료를 받아 진료비가 720만 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 한의원은 사고 피해자에게 18회나 추가 진단서를 발급해주면서 장기 치료가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한방병원의 과잉 진료가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양방병원에서는 3~4주면 치료가 가능한 염좌 같은 경미한 부상도 수십 차례 추가 진단을 해주면서 40주 이상의 장기 치료를 유도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보험 업계는 이런 과잉 진료가 결국 자동차 손해율을 높여 대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게 만드는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경상 환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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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 3사가 지난해 지급한 경상 환자(상해 등급 12~14등급) 치료비 8633억 원 중 한방병원이 6891억 원으로 79.8%를 차지했다. 양방병원에 지급한 치료비는 1741억 원으로 한방병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보험사들이 지급하는 치료비 중 한방병원 비중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9년 64.7%였지만 2020년 70.5%, 2021년 75.85%, 2022년 78.9%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80% 돌파를 눈앞에 뒀다. 1인당 평균 치료비 역시 한방병원이 양방병원보다 3배 이상 높다. 지난해 양방병원의 1인당 평균 치료비는 32만 2000원이었지만 한방병원 치료비는 100만 6000원에 달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2018년 300여 곳이던 한방병원이 최근에는 500곳이 넘을 정도로 급증했다”며 “침이나 부항, 추나요법, 한방 물리치료, 첩약 등 한 번에 여러 치료를 동시에 처방해 시행하는 소위 ‘세트 청구’가 한방 진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경상 환자 과잉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경상 환자가 4주를 넘어서는 장기 치료를 받을 때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자동차보험 종합 개선 방안’을 시행했지만 일부 한방병원에서는 추가 진단서 발급 등을 통해 개선된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까지 양방병원의 경상 환자 추가 진단서 발급률은 8.1%였지만 한방병원은 23.1%로 3배 가까이 높았다.

문제는 이런 과잉 진료로 보험금 누수가 확대될 경우 결국 다른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상승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005830) 등 국내 대형 손보사 4곳의 올해 1~2월 평균 손해율은 80.8%로 지난해 같은 기간(78.5%)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 내년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보험 업계에서는 경상 환자에 대한 보험금을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미한 사고로 인한 경상 환자에 대해 전문가 단체 등에서 인정 가능한 보편적 치료 기간을 설정하거나 다칠 가능성이 없는 경미한 사고에 대한 입원진료비는 보장 금액의 일정 부분만 인정하는 식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는 인체 상해 가능성을 분석하고 판단해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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