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아파트의 경우 금리 영향을 덜 받는 데다 ‘똘똘한 한 채’ 수요로 하방 압력을 견디고 있는 반면 중저가 아파트는 높은 이자를 버티지 못하고 급매물이 대거 나오면서 가격이 떨어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3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4.968배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집값 양극화 지표를 볼 때 주로 쓰이며, 배율이 높을수록 양극화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지난해 5월(4.638배) 이후 10개월 동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 매월 증가 폭이 커지며 지난달 배율은 2018년 9월(5.01배) 이후 약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를 가격에 따라 일렬로 줄을 세웠을 때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3월 5억 2659만 원에서 지난달 4억 9690만 원으로 1년 새 약 6% 떨어졌다. 반면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의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24억 3112만 원에서 24억 6383만 원으로 1%가량 상승했다. 총 1~5분위 중 1년 전보다 매매 가격이 상승한 건 5분위가 유일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현대2차’ 전용면적 165㎡는 지난달 27일 36억 7000만 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2021년 1월 거래보다 5억 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면적 84㎡도 지난 2월 29일 38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반면 지난달 기준 서울에서 ㎡당 평균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봉구(824만 원)와 강북구(856만 원), 중랑구(889만 원) 등 지역의 아파트값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보합 전환하며 16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반면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은평·강서구 등 8개 자치구는 0.01~0.04% 하락 폭을 보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내리고 거래량이 회복돼 중저가 아파트가 쏠린 지역의 매매 가격이 움직일 때까지 양극화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