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1주일 앞둔 3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보수층 결집을 통한 지지율 반전과 중도층 포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투트랙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열세 지역인 수도권과 중원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수반을 동시에 직격하며 대야(對野)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또 다른 축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은 제주 4·3 추념식을 방문해 야권의 ‘제주홀대론’ 정쟁화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충북과 강원, 경기 등 15개 선거구가 속한 지역들을 돌며 ‘릴레이 지원’ 유세를 펼쳤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이내의 승부를 벌이는 ‘격전지’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이날 한 위원장의 메시지는 여느 때보다 강한 단어들이 담겨 보수 지지층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충북 제천시에서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최근 총선 판에 등판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역대 대통령 중 퇴임 직후 이렇게 총선 판에 파란 옷을 입고 나와 선거 운동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우리가 왜 정권 교체를 했나.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망쳤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동산이 폭등해 우리 모두가 고통 받았지 않느냐.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가”라며 따져 물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은 4·3 학살의 후예”라고 여당을 공격한 것을 두고는 “이 대표는 본인도 인정하다시피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출신”이라고 맞받아쳤다. 한 위원장은 강원 춘천 지원 유세 현장에서 “제주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4·3 관련해 직권재심을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까지 확대하는 것”이라며 “과거 그걸 줄기차게 요청해왔는데, 문재인 정권은 해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베 출신 이 대표에게 묻는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직권재심 민감 법원 확대를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였다.
‘조국혁신당 돌풍’의 주역인 조국 대표에 대한 견제도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강원 원주 유세에서 조 대표가 띄운 ‘4050세대 홀대론’에 대해 “갈라치기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의 웅동학원 환원, 딸 장학금 반환 약속 등을 언급하면서 “자기 죄를 반성하고 약속했던 환원 시리즈 약속이나 지키시라”고 비꼬았다.
또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저 범죄자 세력들을 막아내겠다”며 “조국처럼 감옥 간 사람 뒤로 비례대표 승계하기를 막길 바라시느냐”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인구부 산하 ‘청년청 설치’ 공약을 새롭게 제시하며 청년층의 지지를 호소했다.
한 위원장 대신 제주를 찾은 윤 원내대표와 인 위원장은 정치적 발언을 자제한 채 제주 민심을 살피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불참에 따른 비판 여론 진화에 공들였다. 윤 위원장은 추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4·3 관련 기록물들을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 신청한 걸로 아는데 정부와 우리 당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도 “추모하는 마음으로 이념과 사상은 다 내려놓고 희생과 그 아픔을, 제주도민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어서 왔다”며 문 전 대통령의 야권 지원 유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