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지분율을 10% 아래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금융당국과 직접 제시한 ‘최후의 협상 카드’다. 지난해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아 국내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바이낸스의 ‘자금세탁방지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자사 근무 이력이 있는 고팍스 등기임원에게 사임을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3일 리차드 텅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와 만나 바이낸스가 보유한 고팍스의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춘다는 지분 구조 개편안을 전달했다. 지난 1월 말 바이낸스가 주최한 월간 라운드테이블에서 고팍스의 지분 매각 의향을 전한 바이낸스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 것은 이번 처음이다. 바이낸스는 현재 고팍스의 지분 약 7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고팍스의 등기임원을 새로 선임해 이사회를 개편하는 방안도 FIU에 제시했다. 바이낸스는 FIU와 만나기 전 자사 근무 이력이 있는 고팍스 등기임원에게 사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2년 고팍스를 인수하고 대표이사와 임원진을 교체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를 했다. 그러나 FIU는 바이낸스의 자금세탁방지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승인을 연기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법무부가 바이낸스를 자금세탁방지 위반 혐의로 제재했기 때문이다. FIU는 같은 해 9월 VASP 대주주의 범죄 이력을 금융당국이 심사하도록 규정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발의한 바 있다. 앞으로 VASP 신고 심사에서 대주주 적격성을 중점적으로 보고 범죄 이력이 있는 대주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국내 시장 진출에 비상이 걸린 바이낸스가 자사 근무 이력이 있는 등기임원에 사직을 권고하고 새 임원을 임명하려는 배경이다.
텅 CEO는 바이낸스의 한국 진입을 막고 있는 FIU를 직접 설득하기 위해 면담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비밀리에 국내로 입국했다. 한국 시장 진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고팍스에 대한 최소 의결권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는 ‘비장의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고팍스는 바이낸스의 지분 매각 계획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지난 라운드테이블에서 고팍스 지분 매각 계획을 밝힌 점은 경영진들도 전혀 몰랐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디센터는 면담 내용에 대한 FIU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바이낸스 측도 면담 이후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