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 규모가 113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코스피지수가 3% 오르는 동안 미국·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10% 이상 뛰며 높은 성장률을 보이자 해외 주식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전체 해외 주식 보관액은 838억 2308만 달러(약 113조 원)로 나타났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사상 최대치로 개인이 미국·일본·중국(홍콩 포함)·유럽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한 금액이 100조 원을 훌쩍 넘었다는 의미다.
올 1월까지만 해도 해외 주식 보관액은 731억 달러(약 98조 원)였지만 두 달 만에 15% 급증했다. 이 기간 미국 주식 보관액이 101억 달러 늘어난 것을 비롯해 일본(2억 2100만 달러)·중국(2억 4800만 달러) 등 주요 시장에 골고루 개인의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개인이 해외 증시에 눈을 돌린 것은 코스피보다 주요국 증시의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코스피 상승률은 3.4%에 그쳤지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0.1%, 나스닥은 9.1%로 더 크게 올랐다. 일본 닛케이는 20.6%나 뛰었고 대만자취엔지수도 13.1% 상승했다.
지난달 들어 코스피가 2750선을 넘어서기는 했지만 반도체 대장주를 제외한 종목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은 지난주 5거래일(3월 25~29일) 코스피 상승률의 88%를 책임졌다. 특히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한미반도체(042700)의 상승 기여도는 74%에 육박했다. 사실상 3개 종목이 코스피 상승분을 독점한 셈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1분기 실적 시즌까지는 국내 증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은 코스피가 2600선을 넘은 2월부터 차익을 실현하는 데 집중했다. 2월과 3월에 각각 8조 4120억 원, 6조 589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3거래일 동안 171억 원을 팔았다. 개인은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탄 삼성전자마저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12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월보다 상승했지만 조정 없이 상승장을 유지한 미국·일본에 비하면 저조한 상승률을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