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등에 선출된 이후 또 다른 선출직에 나서기 위해 임기 중 사임한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중도 하차’의 경우 유권자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만큼 공천 과정에서 페널티를 주거나 보궐선거 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시키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근 10년간 ‘재보궐선거 실시 및 비용현황’에 따르면 ‘사직’을 이유로 92건의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문제는 대부분의 선거가 개인적 야망을 이유로 사직서를 낸 공직자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사직 사유는 ‘국회의원 출마(37.0%)’였다. ‘지자체장 출마’를 이유로 사직한 선출직 공무원은 31.5%였다. 성추행·금품수수·학력 위조 등 각종 논란으로 사직한 사례는 지난 10년간 19건으로 전체의 20.7%를 차지했다.
임기 중 사직으로 잦은 보궐선거가 열리면 불필요한 세금이 쓰일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사직으로 인한 보궐선거 비용(관리경비집행액)은 약 2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보궐선거로 인한 피로감을 막고 책임감 있는 출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당의 공천 과정이 더욱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선출직공직자가 다른 선거(대선 제외)에 참여하기 위해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는 경우 득표수의 25%를 감산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다만 2020년 광역단체장 출마에 대해서는 사실상 폐지하는 등 원칙과 어긋난다는 논란에 휩싸여 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출직의 잦은 중도 사임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당 차원에서 공천 과정에서 페널티를 주는 것”이라며 “현역 의원 감점처럼 유권자에 대한 도의적인 부담뿐 아니라 실질적인 부담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해당 공직자와 정당에 재정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형서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중도에 사퇴하는 경우 지역 유권자의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출마로 인해 ‘연쇄 재보궐’ 선거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직 등의 사유로 원인을 제공한 정당이 보궐선거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