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사진) 일본 총리가 북한 방문과 관련해 “최대한 빠른 시기에 실현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기시다 총리는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방문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등에 대해 “연내라고 할 것 없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본과 북한 간 여러 현안 해결이 양국의 이익이고, 지역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를 위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며 “내(총리) 직할의 고위급 수준으로 (이 문제에) 임한다고 지금까지 말해 왔다”고 북일정상회담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오는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기시다 총리는 김 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만남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총리 직할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으며 방북 성사를 위한 물밑 접촉을 진행해 왔다.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은 지난 1월 5일 기시다 총리를 이례적으로 ‘각하’라고 칭하며 연초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 피해를 위로하는 전문을 보내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며칠 뒤 기시다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같은 달 15일 “(기시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담화를 냈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지 말고, 납북자 문제도 이미 해결된 것으로 결론 내야 한다’는 것을 만남의 조건으로 내걸어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지난달 25일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또 한 번 담화를 공개하고 “최근에도 기시다 (후미오) 수상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왔다”며 “일전에도 말했듯이 조일(북일)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가는 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실제적인 정치적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이 지금처럼 우리의 주권적 권리행사에 간섭하려 들고 더는 해결할 것도, 알 재간도 없는 납치 문제에 의연 골몰한다면 수상의 구상이 인기 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자기가 원한다고, 결심했다고 우리 국가의 지도부를 만날 수 있고 또 만나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상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납치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김 부부장은 다음 날인 26일 “조일 수뇌회담(북일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있어서 관심사가 아니”라며 “일본 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알렸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납치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 가족의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해 북한이 내건 만남의 전제 조건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오는 10일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일 산업계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논의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민간 기업 경영에 관한 개별 안건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다룰 게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경제 면에서 일본은 미국에 있어 최대 투자국이고, 큰 고용을 담당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투자는 확대하고, 윈윈 관계를 보다 확실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일본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철강노조(USW)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으로의 매각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 의사를 공식화하며 이 문제를 선거 쟁점화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성명을 통해 “US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그것이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 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사실상 반대를 표명했다. 일본제철은 인수 의사를 굽히지 않고 USW 측과 협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으며 현재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번 거래에 따른 미국 내 안보 영향 등을 심사하고 있다.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검토를 거쳐 대통령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