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자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약세를 보였고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4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35%)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23%), 나스닥지수(-1.40%) 등 미국 3대 주가지수는 모두 1%대 하락을 기록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닐 카시카리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 없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으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전날 한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원자재 가격 불안으로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매파 발언은 지수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 다우지수는 이날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이날 다우지수는 530.16포인트 하락했는데 종가 기준 500포인트 이상 내린 것은 올 2월 13일(524.63포인트) 이후 처음이며 이날 하락 폭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미국의 지난달 일자리 증가세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미국 노동부는 5일 3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30만 3000건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의 시장 예상치(21만 4000건)와 전월(27만 5000건)을 모두 크게 웃도는 수치로 미국 고용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브라이스 도티 시트인베스트먼트어소시에이츠 전략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일자리 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을 가리키며 채권 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아시아 증시도 이날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5일 전날 대비 781.06엔(1.96%) 내린 3만 8992.08엔으로 마감하며 3만 9000엔 선 아래로 떨어졌다. 장중에는 1000엔 넘게 하락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올여름이나 가을께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 정도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사실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일본이 금리를 올릴 경우 양국 간 금리 차가 축소돼 일본 주식 매수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던 엔저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국내 증시 역시 흔들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79포인트(1.01%) 내린 2714.21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705.31까지 내려가며 27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1.20% 하락한 872.29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7일(863.37)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1143억 원, 4705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1094억 원, 609억 원씩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날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차익 실현 매물을 못 이기고 0.94% 하락했다. SK하이닉스(-2.77%), 기아(-1.59%), 셀트리온(-1.17%), 포스코홀딩스(-1.74%) 등 다른 시총 상위주들도 내림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