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예정인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의 재대결로 가는 모양새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든 진영에서 경선 내내 경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고용은 상대적으로 강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분노에 차 있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지난 2~3년간 집세, 곡물 및 에너지 등 생필품 가격은 20% 이상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이미 올라버린 물가가 소화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조 바이든 정권은 금리를 급하게 올리며 물가를 억제하려 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물가 상승의 근원이 금리로 누를 수 있는 과열된 수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인은 공급망 차질이다. 세계가 각자도생으로 가는 갈등 국면에서 이런 식의 비용 상승은 반복될 수 있다.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비용을 내핍으로 감당한다면 인류의 삶은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적인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고 우리는 점점 더 인공지능(AI)에 의존하게 된다.
최근 애플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보류했다. AI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애플조차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AI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AI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이 뜨겁다. 이제는 그 열기가 AI를 장착할 하드웨어까지 넘어온다. PC·휴대폰 등에 AI 기능이 내장돼 기기가 더욱 스마트해질 것이다. 이로 인한 교체 수요가 크다. AI 소프트웨어 발전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했던 삼성전자 주가도 하드웨어에서의 수혜로 본격적인 반등에 시동을 걸 것이다.
AI의 거품에 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낙관적인 견해 일색이라는 지적이다. AI가 보급되려면 전기, 그리고 서버를 식힐 수 있는 물이 충분해야 한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AI가 인간의 직업을 함부로 빼앗으면 안 된다. 즉 규제가 AI의 보급을 제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위험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을 한 단위 감수하려면 훨씬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기대 이익이 어느 수준을 넘어 환상적인 규모가 되면 위험에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지금이 그런 순간인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일부 헤지펀드들은 이런 현상을 이용해 장밋빛 기대가 생기는 초기에 전략적 단기 투자도 한다.
장기적 시각에서도 살펴보자. AI가 바꿔놓을 세상에 대해 과연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AI의 성장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라는 기대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폭등했다. 그러나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의외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실망감이 더해지며 2000년대 초반 주가는 반 토막 났다. 그러나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거품이 꺼지기 직전의 고점보다 7.2배 높다. 구조적인 성장 산업에 투자하면 설령 비싸게 사더라도 장기 투자할 경우 안전하게 기대했던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사례다.
AI가 우리 삶에 들어올까. 물론이다. 그렇다면 투자 시기가 늦어질수록 후회만 남을 것 같다. 단 그 가운데 ‘남이 모방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