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차전지·석유화학 등 다른 15대 수출 품목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2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액이 70% 이상 급감하는 등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산업 위축세가 뚜렷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 불균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보기술(IT)에만 의존하게 될 위험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2월 중간재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한 518억 달러로 집계됐다. 서울경제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올해 1분기 원유·천연가스·석탄 등 에너지자원을 제외한 수입액은 112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8.4% 줄었다.
산업별로 보면 2차전지 관련 소재의 수입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75.3% 줄어든 3억 2729만 달러로 집계됐다. 니켈·코발트·망간 수산화물 수입액도 3억 2430만 달러로 41.2% 축소됐다. 지난해 수입액으로 볼 때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은 62억 달러, 니켈·코발트·망간 수산화물은 29억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총 12조 원 규모다.
2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급감한 것은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업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기차 제조 업체 등 핵심 기업들이 2차전지 부문을 수직계열화하며 완성 제품 수입을 점차 줄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2차전지 분야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5.2% 감소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쓰이는 나프타 수입액도 33억 5284만 달러로 나타나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건설 등 각종 산업에 골고루 쓰이는 철강의 수입액은 9.3% 줄어든 25억 1038만 달러로 집계됐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나프타·철강의 경우 내수와 건설 산업 부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2차전지 소재의 경우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다각화한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