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3cm 물체를 식별하는 게 가능합니다. 북한의 탱크 번호판까지 추적할 수 있어 손금보듯 김정은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군 정찰위성 1호기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KARI) 관계자가 정찰위성 1호 전자광학(EO) 카메라 제작 정밀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는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팰콘9에 탑재돼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지난달 중순 시작된 운용시험 평가를 거쳐 오는 6∼7월부터 북한 내 주요 표적을 정찰, 감시하는 임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북한도 지난해 5월과 8월 등 두 차례 실패 후 11월 21일에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개발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정상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 우주군 소속 제18우주방위대와 국제우주공간연구위원회도 만리경-1호에 위성번호(SATCAT) 58400, 인공위성 식별번호(COSPAR ID) 2023/179A를 부여하며 사실을 확인했다.
해상도는 낮지만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12월 1일부터 만리경-1호를 통해 정식 정찰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보도했다.
남북한이 자체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우주 정보 경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우주의 군사적 활용을 놓고 남북의 경쟁에 불이 붙은 형국이다. 그렇다면 한국군과 북한군의 정찰위성 수준 차이는 어떻게 될까.
반사경 표면 가공 오차는 10㎝ 불과
항우연에 따르면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는 위성 카메라 반사경을 우리나라에서 미 LA(로스앤젤레스)까지로 늘렸을 때 반사경의 표면 가공 오차는 과속방지턱 높이 정도까지만 허용될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LA까지의 거리는 약 1만㎞에 달하는데 과속방지턱 높이인 10㎝ 정도의 오차 수준으로 초고정밀 식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촬영 장비를 탑재한 1호기 경우, EO 장비는 가시광선을 활용해 지상의 영상을 직접 촬영하기 때문에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날씨에 영향을 받아 구름이 많이 낀 날에는 임무 수행이 제한된다. IR 장비는 온도 차에 따라 구분되는 적외선 검출 센서를 이용해 영상 정보를 획득해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EO·IR 위성(1호기)도 주야간 촬영은 가능하나 기상 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군 당국은 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해 전력화에 나선 것이다.
2호기는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를 탑재해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주야간 촬영이 가능하다. 날씨에 무관하게 24시간 영상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대북 감시정찰에 대한 더욱 촘촘한 눈, 감시망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EO·IR 위성은 하루에 두 번 한반도를 재방문할 수 있지만, SAR 위성은 하루 4∼6회 정도로 2배 이상 자주 방문해 촬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남북한의 우주 관련 기술력을 비교한다면, 우주 발사체와 위성으로 구분할 경우 고체로켓(발사체)은 물론 정찰위성 등 위성 분야는 아직까지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당장 해상도 등 정찰위성의 감시정찰 능력에서 수준 차이가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군 정찰위성 1호기 개발을 주관한 항우연에 따르면, 우리 정찰위성은 북 정찰위성의 100배 정찰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식별 면적 기준으로 북한은 9㎡이지만 우리는 0.09㎡에 불과해 10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군 안팎으로 우리 정찰위성 1호기의 해상도는 3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백㎞ 상공에서 대북 감시정찰 최우선 표적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물론 달리는 차량의 종류까지 식별할 수 있다. 이지형 방위사업청(방사청) 우주감시정찰사업팀장은 “북 정찰위성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우리는 대학생 수준”이라고 했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 5기는 EO·IR 위성과 SAR 위성을 복합해 운용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정찰위성 1호기는 전자광학 카메라 위성은 가시광선을 활용해 찍기 때문에 선명하게 볼 수 있지만, 야간이나 악천후에는 찍을 수 없다. 적외선 위성은 야간에도 찍을 수 있지만 악천후에는 제한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전천후로 감시정찰을 할 수 있는 것이 SAR 위성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도 핀란드 아이스아이 등 민간 업체들의 초소형 SAR 위성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4일 제주도 해상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초소형 SAR 위성’은 국내 최초로 민간이 주도해 순수 우리 기술로만 개발한 상용 관측 위성이다. 특히 고체로켓에 실려 발사된 것은 북한과의 정찰위성 1차 경쟁에서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게가 90㎏에 불과, 초소형 위성으로 분류되는 이 위성은 수백㎞ 상공에서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해 개발한 초소형 SAR 위성은 일반 위성과 달리 탑재체와 본체, 태양전지판이 일체화된 형태여서 발사체에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설계해 발사 비용을 크게 줄였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국형 전투기 KF-21의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개발 과정에 축적된 송수신 장치 기술 등을 활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 약 40기를 발사해 정찰위성의 북한 감시 주기를 2시간 간격(2025년 목표)에서 30분 간격으로 줄일 계획이다.
4단 고체로켓, 1500㎏급 위성 올릴 계획
이번에 초소형 SAR 위성을 발사한 고체로켓도 현재까지 북한보다 크게 앞서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정찰위성을 세 차례 발사하는 데 사용한 발사체는 모두 액체로켓이다. 고체로켓은 언제든지 신속한 발사가 가능해 군사용으로 적합하다.
초소형 SAR 위성은 3차 시험발사 성공으로,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가 민간에서 개발한 실제 위성을 탑재해 우주궤도에 진입시킨 의미가 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는 1∼3단은 고체연료, 4단은 액체연료를 사용했다. 지난 3월(1차)과 12월(2차) 발사 때는 2, 3, 4단 추진체를 시험했고, 이번에는 1, 3, 4단 추진체를 시험했다. 2025년 최종 시험발사 때는 1∼4단 추진체를 모두 갖추고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험을 하게 된다. 3차 시험발사에 쓰인 탑재체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소형 SAR 위성이다. 약 100㎏ 중량의 지구관측위성으로 약 650㎞ 우주궤도에 진입했다. 1∼4단 고체연료 발사체가 완성되면 무게 500∼700㎏ 위성도 우주궤도에 올릴 수 있다. 한국형 고체연료 발사체는 최종적으로 탑재 중량을 150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 1호’ 성능은 어떨까. 북한은 주한 미군 기지는 물론 미 워싱턴과 본토 해군기지 등의 촬영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성능은 미지수다.
군 당국은 다만 북 정찰위성이 3m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상도 3m는 수백㎞ 상공에서 가로·세로 3m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로 군사적 효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이 가로·세로 3cm 크기의 물체를 판별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기술적 격차가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만리경 1호’에 대해 “궤도는 돌고 있다”면서도 “(만리경 1호가) 일을 하는 징후는 없다. 하는 것 없이, 일없이 돌고 있다”고 했다. 북한 정찰위성이 실제로 지상의 영상을 촬영해 전송하는 정찰위성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목한 점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북한 위성의 고도가 점점 떨어져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고도가 다시 높아진 것으로 보아 제어 및 추력 장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추력기를 통해 원하는 궤도에 진입하거나 궤도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것만으로도 우주발사체 기술의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추력 시스템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우주 궤도에서 이를 가동하는 것은 제한점이 많다”며 “여러 단계를 거쳐서 계단형으로 고도를 높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상당이 위협적”이라고 분석했다.
北, 추력기로 궤도 진입·변경 기술 보유
위성 기술이 고도화해 우주에서 궤도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면 북한은 현재의 탄도미사일 보다 위협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중국 등은 이미 극초음속 미사일과 우주 기술을 활용한 비밀 무기들을 개발 중이다. 가장 주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부분궤도 타격체계(FOBS)라는 무기체계다. 일명 ‘위성 폭탄’으로 불리는 FOBS는 미사일이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돌다가 목표를 향해 낙하해 공격 방식이다.
특히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FOBS 방식으로 발사한다면 매우 위협적 존재다. 핵탄두를 탑재한 HGV가 지구 저궤도를 돌다가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해 극초음속으로 표적을 타격하면 어느 곳에 핵이 떨어지는지 발사 직전까진 알 수 없어 사실상 방어망이 무용지물이 된다.
북한도 최근 HGV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에 사용할 다단계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의 기술력은 현재로서는 초기 단계로 평가되지만 HGV 기술과 인공위성의 궤도 조정 기술이 결합한다면 HGV를 FOBS 방식으로 발사하는 기술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북극 상공으로부터 공격해 오는 미사일 위협을 가정해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한 미국의 요격망도 구멍이 뚫리면서 미래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