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다시 차지하면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 부담 완화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은 물론 의료 개혁을 포함한 주요 정책들은 줄줄이 좌초될 수밖에 없다. 특히 범야권이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와 헌법 개정도 가능한 20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아직 3년 임기가 남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기사 3·4·5면
8일 여야 선거대책위원회 자체 분석과 외부 전문가들의 총선 전망을 취합한 결과 전국 254개 지역구 중 50여 곳이 경합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를 토대로 한 국민의힘 예상 의석수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110~130석+α’, 더불어민주당은 ‘150석+α’의 단독 과반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투표일까지 극적인 반전 시나리오가 없다면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나 여당 모두 이미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낸 상황”이라며 “여당에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2대 국회가 재차 여소야대로 꾸려질 경우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개혁 과제와 정책들도 급제동이 걸린다. 정부·여당이 공약으로 내건 금투세 폐지와 부가가치세 인하, 상속세 부담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등은 야당의 동의 없이는 국회 문턱조차 넘기 힘든 법 개정 사안들이다. 또 정부가 의료계와의 정면 충돌을 불사하며 강행한 의대 정원 확대도 총선에서 패하면 급격히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개헌도 가능한 200석 이상을 가져갈 경우 윤석열 정부는 임기 3년 차에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이 남은 3년간 또다시 되풀이되면서 현 정부는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여당의 위기감이 커지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유세에서 “야당이 200석을 가지면 헌법을 바꾸고 자신들의 범죄도 사면하면서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야당의 독주를 막아달라고 읍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 여러분이 주권자로서 민생경제 파탄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달라”며 정권 심판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