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덤핑 공세에 맞서기 위해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세 가지 전통적 방안을 지금부터 다듬어 놓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과거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세이프가드 발동에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미국의 성공 사례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중국 대형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는 소액 해외 직구족이 늘어나는 만큼 면세 한도 제한, 부가세 부과 등으로 방벽을 두텁게 쌓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위원회는 이달 초 무역상무학회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속 한국의 무역구제 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는 “(초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에 일시적으로 수출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를 걸 수 있다”며 “적기에 쓸 수 있게 다듬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이프가드는 공정한 무역 행위에 의한 수입일지라도 그 수입 증가로 인해 국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을 시에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은 2000년 6월 중국산 마늘이 마지막이다. 당시 치밀한 준비 없이 칼을 뽑았던 정부는 중국의 역공에 놀라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세이프가드는 칼집 안의 칼에 가깝다”면서도 “칼은 뽑았을 때가 아니라 칼집 속에 있을 때가 가장 무서운 법이지만, 결코 칼을 쓰는 법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중국산 소액 수입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 물품 중 목록 통관을 통해 국내에 수입된 건수는 1억 건(9692만 9000건)에 육박했다. 2018년만 해도 2000만(1915만 8000건)을 밑돌았음을 고려하면 5년 새 5배나 불어났다. 액수로는 27억 4224만 달러(약 3조 7000억 원)를 기록해 1년 전보다 29.6% 증가했다. 목록 통관 건수가 급증한 데 비해 액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저가 물품 수입이 늘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직구 물품의 대부분이 150달러 이하 소액 면세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소액 수입을 통해 면세된 부가세 규모는 3700억 원가량으로 예측된다. 소액 수입품에 대해 관세는 면제하되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유럽연합(EU) 모델을 참고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EU의 경우 회원국 밖에서 들여오는 150유로 이하 온라인 직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부가세는 부과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글로벌 스탠더드는 부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또 1회당 150달러로만 규정된 면세 한도에 연간 또는 월간 한도를 추가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