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공식 선거운동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흡수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본 투표 전날마저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판 출석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야당 탄압’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 전역을 돌며 “딱 한 표가 부족하다”는 읍소 작전을 펼쳤다. 마지막 유세 장소로도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을 찾아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서울의 중심인 청계광장에서 ‘수도권 탈환’ 의지를 담아 보수층 결집을 노렸다.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성남FC·백현동’ 재판에 출석하기 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다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 여러분이 대신해 달라”고 말했다. 당초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경남 서부 지역 유세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여권의 공세 빌미를 차단하기 위해 출석을 결정했다. 이 대표의 법원행이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를 노린 듯 “제 손발을 묶는 것이 ‘검찰 독재 정권 정치검찰’의 의도인 것을 알지만 국민으로서 재판 출석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역구 후보 7명을 일일이 거명하며 ‘법원 앞 유세’를 펼치는가 하면 휴정 시간을 쪼개 유튜브 유세에도 나섰다. 이 대표가 ‘초박빙 접전지’로 꼽은 경남 진주갑, 강원 강릉,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충남 서산·태안, 경기 포천·가평, 충남 공주·부여·청양, 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은 민주당에는 험지에 속하는 곳이다. 승리의 분위기를 잡은 가운데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해 탈환을 노리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8시간에 가까운 재판이 끝나자마자 이 대표는 용산역 광장으로 향해 37분간의 ‘피날레 유세’를 펼쳤다. 이 대표는 “용산에서 (선거 유세의) 출발과 마무리를 하는 이유는 이태원 참사를 포함해 국민 생명을 방기한 정권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레드카드는 이르겠지만 최소한 옐로카드로 (윤석열 정부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해야 한다”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반드시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현장에 30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한 위원장은 이날 중·성동, 강동 등 격전지를 비롯한 서울 14개 지역구를 훑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21대 총선 당시 8석을 사수하는 데 그쳤던 서울에서 지지층 표심을 끌어올려 승부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한강 벨트’에 더해 서울 강북 등 민주당 강세 지역까지 막판 ‘골든크로스’가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마지막 유세를 서울에 집중하는 일정으로 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야권의 개헌이 가능한 ‘범야권 200석’을 언급하며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야당에 맞섰다. 그는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해 “자기들이 저지른 범죄에서 책임을 면하려고 정치하는 사람들”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의 재판 참석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보인 눈물은) 자기를 지켜달라고 국민 상대로 영업하는 눈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위원장이 이끈 국민의힘의 ‘파이널 유세’ 현장도 서울의 중심인 청계광장에서 이뤄졌다. 한 위원장은 “집권 여당인 우리의 약속은 곧 실천”이라며 “100일 동안 보여드렸듯 민심만 보고 민심만 따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계광장에는 서울 지역에 출마한 최재형(종로), 이혜훈(중·성동을), 조정훈(마포갑) 후보 등 국민의힘 당원, 당직자를 포함해 시민 3000여 명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치(31.28%)를 찍은 가운데 막판 변수가 될 최종 투표율에도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대표는 “어느 쪽이 많이 투표하느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고 했고 한 위원장은 “한 표 때문에 대한민국의 성과를 무너뜨리실 것이냐”며 본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민주당은 최종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전통 공식에 기대 71.3%라는 목표치를 제시한 상태다. 반면 보수표 결집으로 70%를 넘길 경우 되레 여당에 유리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의 경우 70%를 넘기면 국민의힘에 유리하다고 본다”며 “현재 2030세대가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반면 보수층은 지지 기반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