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투표율이 67.0%로 3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과 여야가 서로를 겨냥해 주장한 ‘심판론’이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 동작구, 경기 성남 분당구 등의 격전지에서는 70%가 넘는 투표율을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투표 마감 결과 전체 유권자 4428만 11명 중 2966만 1953명이 투표에 참여해 잠정 투표율이 67.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21대 총선 투표율 66.2%보다 0.8%포인트 높은 수치다. 70%는 뚫지 못했지만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투표율이 지난 선거 때보다 낮았지만 오후 1시 이후 사전투표율을 합산한 결과가 반영되면서 투표율이 뛰어올랐다. 높은 투표율은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를 향한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지지층뿐 아니라 무당층의 선거 관심도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두 정당은 투표일인 이날에도 지지층 결집과 무당층 표심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를 독려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총선 지역구 후보 경쟁률이 3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내 한 표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보면 민주당 강세 지역인 호남의 투표율이 평균 이상이었다. 전남(69.0%), 광주(68.2%), 전북(67.4%) 등으로 이들 지역 모두 4년 전 총선보다 투표율이 높았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TK)은 평균 이하였다. 대구(64.0%)는 제주(62.2%)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투표율이 낮았고 경북(65.1%)도 평균 이하였다. 대구와 경북 모두 지난 총선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전국 17개 시도 중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70.2%)이었다. 서울이 69.3%로 2위였다. 투표율에는 이달 5~6일 실시된 사전투표와 거소·선상·재외투표도 반영됐다. 최종 확정 투표율은 전국 개표가 완료되는 11일 오전에 발표된다.
격전지로 투표 전부터 관심을 모은 지역은 투표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여섯 번을 찾은 동작을이 속한 서울 동작구의 투표율은 72.2%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용산(68.8%), 성동(69.6%), 광진(69.4%), 서대문(70.1%), 마포(70.2%), 양천(71.3%) 등 ‘한강 벨트’에 속한 지역 모두 평균 투표율을 상회했다.
이광재·안철수·김병욱·김은혜 등 거물 정치인이 모여 화제의 지역으로 떠오른 경기 성남시 분당구 투표율은 무려 76.2%에 달했다. 이는 선관위가 위치한 과천(78.1%) 다음으로 경기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던 충남(65.0%)에서는 공주(71.2%), 부여(72.3%), 청양(73.2%)의 투표율이 높아 눈길을 끌었다. 이는 박수현 당선인(민주당)과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가 이번까지 총 세 차례나 맞붙어 공주·부여·청양 선거구가 충청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을 통해 사전투표제가 유권자 사이에 완전히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체 투표 중 사전투표가 차지한 비율은 46.7%에 달한다. 총 투표 중 약 절반 가까이가 사전투표에서 이뤄진 것이다. 역대 총선에서 사전투표 비율은 21대 40.3%, 20대 21.0%였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사전투표의 분산 투표 효과가 커진 셈이다. 투표율 77.1%를 기록했던 20대 대선의 사전투표율 역시 36.93%로 비율로 따지면 47.9%에 달했다.